세상만사(世上萬事)/낚시 이야기

정치인과 낚시...

green green 2011. 1. 11. 11:16

 

 

 

고금을 통틀어 낚시를 즐기는 정치인들이 있는데 특히 중국 주나라의
강태공 이야기는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대목이다.
이 영향인지 조선시대에 귀양을 가거나 정치를 등졌던 인사들이
물가에서 낚시로 세월을 보내기도 한 것 같다.

 

실제로 조선시대의 우리나라 산수화와 풍속화중에 양반과 상민을
구분하지 않고 낚시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많이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이 낚시를 어떻게 했는지 엿 볼 수 있는 훌륭한
이 자료를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고 당시로 돌아가는 것도 재미있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낚시를 좋아했던 정치인이다.
경복궁의 경회루에서 자주 낚시를 했다고 전해지기도 하는 그는 6.25가 발발했던
당일에도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던 일화는 유명하다. 4.19 혁명이후
하와이에 망명했던 이승만 박사가 낚시를 더 했는지는 전하지 않는다. 

 

1985년, 5공화국이 한창일 무렵,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씨를 향해
김동길 교수가「3金 낚시론」을 부르짖은 일이 있었다.
4월 4일자 한국일보의 고정칼럼을 통해 3김 낚시론을 펴면서
3김씨의 용퇴를 주문, 난장판 한국 정치를 통렬히 비판했던 것이다.

 

그보다 5년 전이었던 1980년 초 ‘3김’이 서로 대통령이 되려고 싸우는 바람에
이른바 ‘서울의 봄’을 무산시켰던 죄를 알라는 김동길 교수 충고였다.
그러나 김동길 교수도 나중인 정치판에 뛰어들어 1992년 통일국민당 최고위원.
그해 5월 제14대 국회의원에 출마, 당선된 일을 기억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정치판에 뛰어들었겠는가! 생각할 수 밖에...

김동길 교수는 또  2001년 월간조선 8월호를 통해 당시의 정치를 꼬집어
 "필자가 지금부터 16년 전에 「3金 낚시론」을 부르짖었을 때 이 분들이 다 정계를
은퇴하여 낚시터나 찾았다면 한국의 정치판이 요 모양 요 꼴은 아니지 않았겠는가.
매우 불행한 일이다."하고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1985년 당시 이 칼럼을 통해 「3金 낚시론」을 접한 DJ는
“어디 낚시 하기 좋은 장소를 가르쳐 주면 그렇게 하겠다”며 웃어 넘겼고,
YS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라면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받아 넘겼다고 한다.

 

그 때의 기분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쓰레기와 오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낚시터를
더더욱 오염시킬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총선, 대선을 떠나 자신의 당선을 위해서라면 정치의 신념 없이 이리붙고 저리붙는
정치인들의 못된 습성을 물 속의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붕어들에게 가르칠 것 같은
우스개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물가에 앉아 곧은 낚시로 소일하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던 중국 주나라의 강태공 이야기,
그 시절 그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