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던 긎그제 오후, 중구 돈의동에서 일을 마치고
봄빛 가득한 종로거리를 걸었다.
나름대로 종로 거리에 나선 것은 두 달 만인것 같은데
계절이 바뀌어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걷는 것이 행복하다.
지하철 종각역 옛 화신백화점 자리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선지
오래, 이름하여 종로타워가 세워져 있다.
시민들의 휴식공간 등을 생각해서 나름대로 아름답게 꾸민 광장의
한켠에 난데없는 기념비 하나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커다란 바위 기념비인데 주위와 조화하지 못해 생뚱맞을뿐더러
조폭의 "차카게 살자" 처럼 "바르게 살자"라고 조각 내용이 아이러니 하다.
건너편 보신각 위치에서 건너편 서울타워 쪽 정면으로 보이는 이 비석은
종로타워 쪽에서 보면 보신각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이 비석은 소위 '바르게 살기 운동 본부'라는 관변단체에서 2007년에
세운 기념비로 그들의 치적비 내지는 공덕비로 볼 수 밖에 없다.
돌로 비석을 만든다는 것은 그 조형물을 영구히 보존겠다는 뜻인데
이 비석은 '바르게 살기 운동 본부' 과시 수단의 의미이다.
비석을 살펴보니 도로쪽 정면에 새개져 있는 내용은
"바르게 살면 미래가 보인다"라고 힘있는 글씨체로 조각되어 있다.
또 기단의 좌우편에 이 단체 서울시의 각 지부 대표 이름들이
무슨 치적이라도 되는 양 촘촘이 새개져 있었다.
정부는 지난 2000~2009년 다른 비영리 민간단체들과 경쟁해
지원금을 타냈던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3대 국민운동단체(관변단체)에 2010년부터
아예 별도 지원금을 떼어 주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지원금과 별도 지원금을 정부에서 타내어
비석에 그들의 이름깨 정도 만천하에 알리는 정도의 비석...
그 아래에는 작고 초라한 명패가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
화신백화점의 옛자리임을 애처롭게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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