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굳세어라 어멈순대, 빼앗긴 아범...

green green 2012. 5. 17. 08:04

 

 

남산 올라가는 서울역 앞 후암동 초입, 동자둥에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어멈(구 아범)순대국집이 있다.

오래된 맛집들은 역사가 맛을 보증하기 마련인데 어멈순대국이 그렇다.

 

순대와 고기, 국물에선 돼지 특유의 집내가 전혀 나지 않을뿐더러

특히 고기는 비계를 제거하여 이집 순대국은 그 맛이 깔끔하기로 유명하다.

이렇게 40년을 이끌어 온 집이니 잡냄새때문에 순대국을 꺼리는 사람도

한 번 먹어보면 다음부턴 단골이 된다.

 

어멈(구 아범)집에도 아픔이 있다.

이름에서 보듯 이 집이 40년 전부터 사용한 이름은 아범순대인데

5년여 전부터 이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이유는 어느 브랜드 수집업체(관리업체라 부르고 싶지 않다)의

법원에 제출한 명칭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에 걸려

35년 정든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문제의 그 브랜드 수집업체에선 아범순대를 특허청에 등록,

이 이름을 사용하는 순대국집에 수수료를 요구했고 이 식당에서는

왜 35년간 사용한 이름인데 왜돈을 지불하느냐며 따졌다.

 

그러나 세상은 결코 순리적이지 않다. 현행 상표등록법에 의하면

상호는 누가 특허청에 등록을 먼저 하느냐에 따라 주인이 정해지고 있다.

따라서 오래 전부터 이름을 사용했던 이 집에선 벌건 대낮에

눈뜨고 이름을 도둑맞는 형국시 된 셈.

 

이러한 사유로 아범순대국집 대신

어멈순대국집이라 이름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차츰 어멈순대국이란 이름도 손님들의 눈과 귀에 익어 가지만

35년 보고 들어온 이름을 빼앗긴 불합리한 사정에

식당이나 손님이나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