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낚시회 생활을 하게 되면서 바깥세상도 그리웠다.
명색이 총무라 낚시회장과 회원들의 도움과 바라는 바에 의해 몸으로 때우는 것은 얼마든지 하겠는데
다른 낚시회들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기성낚시회의 출조를 한번 따라가 보는 것.
낚시회의 구성과 출조방식, 출조지에서의 행동요령 등 많은 것들을 몸소 배우기는 기성낚시회가 꽤 도움이 될듯 싶었다.
과거 어렸을 적 잠실에 살면서 지금의 석촌호수에서 낚시를 했다는 D대리의 소개로 JS낚시회를 찾았다.
D대리는 당시 낚시회 부총무로 그가 없으면 낚시회를 이끌어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낚시에 관한 한 총무인 나보다 한 수 위였다.
그가 어렸을 적 부터 살았다는 잠실 석촌호수가 샛강이었던 시절, 그곳에서 낚시를 했던 그의 조력은 꽤 오래 되었다.
자주 나에게 들려주던 당시 잠실근처의 한강변 모습과 당시의 한강을 마음 속에 그려보는 것도 나에겐 큰 즐거운 일이었다.
1986년 여름, 다른 기성낚시회에 대해 궁금해 하는 나에게 그가 예전에 가끔 따라다녔다는 역사 깊은 JS낚시회를 소개해 주었다.
내가 낚시에 한참 빠져있을 무렵 JS낚시회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참고로 JS낚시회는 아직도 일간지나 스포츠지에 금요일이면 레저면에 어김없이 출조지가 공지되곤 한다.
머리에 털 나고 처음이자 현재까지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그 낚시회는 잠실의 신천역 부근 언더ㅇㅇ대리점 옆 빌딩과 빌딩사이의
토끼굴과 같은 좁은 골목을 들어가야 했다.
그 골목이 얼마나 좁은가 하면 낚시가방을 메고 간신히 드나들 정도였으니 몸집이 웬만큼 큰 사람들은 정말 드나들기가 힘들었다.
나보다 10년 전에 이 낚시회를 거쳐가셨다는 금복주선배님도 이 골목을 드나드셨다면 아마 꽤나 고생하셨을 껄?.ㅎㅎㅎ
그 좁은 골목을 들어가면 낚시회 사무실 겸 매장이 나타났는데 그래도 그 좁은 매장에 취급하는 낚시도구는 없는 것이 없었다.
JS낚시회 총무 겸 JS낚시점의 K사장님은 낚시와 수십년을 함께 한 베테랑이셨다.
부창부수라고 JS낚시회의 총무로서의 남편을 도와 사모님도 웬만하면 낚시터에 함께 따라 다니셨다.
식당이 따로 없는 출조지에서 꼼짝없이 �주릴 수 있는 회원들을 위해 야전식당 겸 매점을 운영, 낚시점 일을 직접적으로 도왔다.
K사장님은 그의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일본에 출장도 가시면서 낚시도구에 관한 한 직접 수입하기도 했는데 일본의 조구사에서
반제품을 수입, 완제품으로 가공하여 전국의 낚시점에 판매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JS낚시회는 주로 서해권의 낚시터를 공략했는데 어느 낚시터에 가든 타 낚시회에의 여러 조사들과
오래 전에 한번 이상은 만난 친분이 있을 정도로 낚시터에서 K총무님은 발이 넓었다.
그 조사들은 대부분 JS낚시회를 거쳐간 분들이었는데 아마 오랫동안의 낚시회 운영이 그렇게 만들었으리라...
JS낚시회는 토요낚시희망자가 많지 않는 한 매주 일요일 새벽1시~3시에 출조했다.
토요일 오후 밤낚시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있으면 따로 봉고 한 대를 가동시키기도 했지만...
밤낚시 희망자가 많아 토요출조가 가능한 날은 항상 그 편을 이용지만 희망자가 없는 날이면 일요일 새벽에 출조를 했다.
출발시각이 이렇게 한 밤중(?)이니 아예 일찌감치 잠을 자기 전에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아니, 잠을 잔다고 해도 출조예약 한 날이면 출발 한 시간 전에 어김없이 K총무님의 잠 깨우는 전화가 오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낚시회에 도착하여 필요한 미끼라든가 채비를 구입하고 버스에 올라타면 그 시각부터는 너나 할 것 없이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버스가 출발하여 얼만큼이나 갔을까?
총무님이 깨워서 눈을 뜨면 고속도로를 벗어난 도로의 해장국집...
빈속을 해장국과 한 잔의 소주로 채우고 용변 후 다시 탑승 또 잠에 빠져든다.
다시 잠든지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마이크 잡은 총무님의 안내에 잠이 깨면 어느새 아직 먼동이 터오기 시작하기 전의
컴컴한 출조지에 도착해 있곤 했다.
출조지에 도착하면 그 많던 조사들이 어디로 갔는지 한 10분 안에 포인트를 찾아 각자 뿔뿔이 흩어진다 아니, 사라진다.
동네낚시회의 회원들은 매주 고정적인 인원들이 출조하지 않는다.
매주 새로운 얼굴들이 서너명씩 나타나긴 하나 한 번 처음 출조 해 봐서 자기의 기호에 맞으면 다음 주에도 계속 출조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낚시회를 찾거나 개인출조를 하기 때문에
6개월 이상 출조하는 고정적인 회원은 한 3분의 1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빼 먹는 적도 있지만 한 2년여 연속 출조했기 때문에 고문과 회장, 부회장을 포함한 당시의 웬만한 회원들은
다 아는 얼굴이었지만 가까이 지내지 않아 이름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출조지에 도착하여 각자 포인트를 찾아 떠난 후...
저 만큼 뜬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시각에 접어들면 돼지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본부석에 아침에 흩어졌던 조사들이
하나 둘 나타나 마른 목에 소주를 걸치곤 했다.
한 쪽에서는 회장과 총무 입회하에 계측이 이루어지고...
또 한편에서는 시원한 나뭇그늘 아래 깔판을 깔고 담요 위에 화투장이 오가며 Go와 Stop을 연속하고...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입질이 없으는 날이면 본부석 근처의 이러한 이벤트(?)는 좀 더 빨리 시작되기도 하는데 출조가 끝나고
버스에 탑승하여 낚시회에 도착할 때까지도 연장되시도 한다.
낚시회의 출조는 개인의 조황에 따라 상품이 있어 흥미를 더 해 주기도 한다.
가끔 영리를 앞세워 도를 지나친 주최측의 상품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웬만한 낚시회 출조 때의 시상은 흡사
요리의 조미료처럼 없으면 그 맛이 덜 하다.
그해 1986년, JS낚시회의 납회때였다.
시조회와 마찬가지로 납회 때는 상품이 푸짐할 뿐더러 많은 조사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특별상도 있다.
그 날의 특별상은 오늘의 대어상 알아맞추기...
오늘의 최대어 크기를 맞추는 최대한 가까이 맞추는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1등은 15리터들이 휴대용 아이스박스였다.
객관식 문제도 아니고 완전히 주관식문제라 그 답을 맞추기가 진짜 어렵다.
그날의 출조인원도 50여명 가까이 되었으니 확률 또한 50분의 1, 다시 말해 2%의 확률이었다.
지난 1년동안 월척이 나오지 않은 그 해 JS낚시회의 매주 평균 씨알을 대충 생각하여 27.5센티미터라고 써 넣었다.
대어 복 대신 나에게는 이런 복도 있었는지... 5밀리미터의 근소한 오차를 두고 그날의 대어는 28센티미터로 발표되었다.
그 때의 기분은 솔직히 대어상을 받은 것 보다 더 기뻤다.
대어상 알아맞추기의 대상은 나에게 돌아왔고 그 아이스박스는 어찌나 튼튼한지 그 때부터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문을 두드린 JS낚시회 덕택에 직장낚시회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많은 경험을 쌓기도 했다.
금년 봄 정출이 있던 날, 미끼도 사고 찌맞춤도 할 겸 86년 이래 두번 씩이나 이사한 종합운동장 앞의 JS낚시에 들러보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혹시 아시는 분이 있을 지...
잘 나가는 보험회사에서 직장생활하던 K총무님의 아들이 직장을 사퇴하고 그 낚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K총무의 아들이 JS낚시점과 낚시회를 물려받는 것은 그 당시 낚시회의 고문님과 여러회원들이 바랬던 일인데 올해 봄부터
그 일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회원들의 바람과 성원에 의해 온 가족이 매달린 낚시점과 낚시회...
아버지가 하시는 가업을 물려받은 셈이었다.
이제 일흔을 족히 넘기셨을 K총무님은 어디 가셨는지 안보이고 함께 경영하는 낚시점과 미니수퍼의 일을 사모님과 아들이 보고 계셨다.
이제 눈이 어두워져 가게 일을 보기도 힘들어졌다는 사모님의 넋두리에 어느새 한꺼번에 흘러버린 듯한 지난 세월을 느꼈다.
낚시점의 운영과 낚시회의 운영...
요즘의 젊은 사람들이 탐내는 직업은 결코 아니다.
글쎄... 내가 K총무님의 아들이었다면 보잘 것 없는(?)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K총무님 사모님과 함께 늘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흘러간 한 사람의 회원으로서 늦게나마 JS낚시회와 낚시점의 세대교체를 축하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green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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