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4월 JS낚시회의 시조회가 열리던 날, 결혼 후 6개월 여 만에 아내와 함께 출조를 했다.
임신 6개월에 들어선 아내는 밤 늦게까지 김밥을 싸며 출조를 기뻐했다.
출조지는 태안 쪽의 어느 수로... 바람이 불면 차가운 공기가 옷깃을 스쳤다.
남향의 수로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었는데 파릇파릇 잘 자라는 이름모를 들꽃과 노란 민들레가
따스한 봄이 왔음을 말없이 알리고 있었다.
간 밤에 정성스레 예쁘게 싼 예쁜 김밥을 먹으며 아내와 봄기운에 취해 수로낚시를 했다.
날씨는 아직 쌀쌀한 편, 바람이 불면 더 추웠다.
바람이 몰록 오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둑방 밑 양지 편에 자리 잡고 대를 펼쳤지만
아내는 불편한 자리가 못내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임신으로 불러오는 배가 불편한 이유도 있었지만 화장실 등 많은 것이 불편했던 것...
결국 아내는 결혼 후 첫 출조였던 시조회 이후 다시는 나를 따라 출조하는 일이 없어졌다.
출조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어도 임신한 몸으로 남편과 함께 낚시를 한다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서울근교의 유료 낚시터는 화장실과 매점, 식당이라도 있지만 무료터를 좆는 낚시회의 출조지는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걷는 등 환경이 열악한 것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혼 전부터 두어번 시도됐던 아내와의 JS낚시회 출조는 그 이후로 사실상 끝나고 말았다.
엄마의 뱃속에 편히 누워 낚시터에 갔던 우리의 첫 아이는 그해 8월 태어났다.
세월이 흘러 지금 그 녀석은 지금 군입대를 기다리는 상태... 낚시를 좋아하진 않는다.
4년 전 소양호에 데리고 가 3박4일의 장박낚시 한 것이 싫증이 났던 모양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나흘간 블루길만 잡다 왔으니 환상적인 찌올림을 알 턱이 없으니...
다시 과거 green의 신혼 때 얘기로 돌아가자.
계절상 밤낚시 시즌이라 토요일 오후 출조하는 날이 많자 아내는 은근히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후에 함께 있어 주지는 못할망정 임신부를 놔두고 혼자 횡하니 낚시를 떠나니 그럴 수 밖에.
붕어 등 낚시터에서 잡은 물고기들은 꼭 집으로 가져와 조림과 매운탕 등으로 조리해 먹곤 했는데
비늘 긁기, 내장 따기 등의 작업을 그 때까지는 아내가 해 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는 내가 낚아오는 물고기의 손 보는 작업에 두 손을 놓고 만다.
"힘들어 못하겠어요, 앞으로는 당신이 직접 하세요! 그 것이 싫으면 가져오지 말던가..."
아내의 이러한 경고와 함께 다음 출조 때부터는 내가 직접 낚아온 물고기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툰 솜씨로 지느러미에 찔리기도 하고 칼에 베이기도 하면서...
첫 아이 출생하고 그 이듬해인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나의 낚시에 다시 암흑기가 찾아왔으니...
원래 결혼 전 교회를 다녔던 아내와의 결혼 약속 중 하나는 함께 교회 나가는 것이었는데
그 때는 이미 어머니와 형제들은 물론 처가의 가족들 모두 교회를 나가고 있었다.
양가에서 모두 내가 교회나가기를 바라고 있던 터에 아직 교회를 나가지 않으니 사랑하는 사람과의
앞둔 결혼을 위해 쾌히 결혼 후에는 같이 교회 나가기로 약속을 했던 것.
결국 결혼식의 주례도 한신교회 초대담임 이중표 목사님이 해 주셨고 그 이후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 교회로 가는 발걸음은 왜 그렇게 무거웠던지...
낚시터의 모습과 선한 찌올림이 눈 앞을 가리는 등 예배 중에도 온통 다른 생각...
결국 2~3개월여 교회를 나가는 둥 마는 둥, 어느때부터인가 토.일요일에 낚시터로 빠져 나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혼 후 아내와의 약속을 져 버리고 한 달에 한 두번 이상 토요일 저녁에서 일요일 낮까지
낚시터에 있었던 나로선 자연히 늘 미안한 마음일 수 밖에 없었다.
green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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