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얼마전까지 매주말만 되면 내리던 비를 흡사 비웃기라도 하듯
요즘의 주말은 맑은 날의 연속이다.
이래서 가을은 낚시하는 모든 꾼들에게도 좋은 계절임엔 틀림없는가 보다.
어디서부터 써야할까...?
2000년 가을,
그러니까 만 7년 전 이맘 때의 일, 김포 풍무양어장 낚시사랑동호회 친선모임.
가긴 가야 하는데 그날도 마눌님의 눈치가 보여 출근 때 아예 낚시도구를 챙기지 않았다.그러나 내가 누군가, 마눌님(닉네임 그린벨)과 함께 경인지방의 많은 낚랑님들을
한 울타리에서 만나겠다는 욕심으로 김포의 풍무양어장에 다녀왔다.
그린벨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 오천년 민족의 역사와 함께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따라
시원하게 동서로 뚫린 88대로를 냅다 달렸다.
김포평야의 누렇게 익은 벌판을 가로질러 도착한 풍무양어장엔 이미 경인지방의
5짜님들을 비롯한 많은 선후배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난 여름휴가 때 평창에서 첨 뵈었던 늙은잉어선배님과 태공망선배님, 금복주선배님,
주임상사선배님, 빈맘선배님, 한대박선배님, 캐미선배님, 고사포동지, can님, 솔잎님,
바닷새님, 맹물님, 연합님, 노마리님, 베레모님, 붕수님, 노털님, 노털어부인님, 오골계님,
저수지님, 고기랑님, 빨붕님, 타조님, 뽈팅이님, 작뚜님, 영덕대게님, 수수깡찌님, 항도님,
수호님, 초붕님, 초붕어부인님, 초붕님의 어린 붕어 2명, 영초님, 피쉬님, 만초님, 키다리님,
빈바구니님, 케빈님, 꺽지성혁님, 머털님, 맨딩, 평강님, 연꽃님, 걸레님, 왕피님, 민빠님,
콘크라님,......
거기에 여대장님과 꽁지오빠님까지.
에구~ 많기도 해라!
그 많은 닉네임을 다 기억해냈는지 모르겠지만 한 50여명이 너끈히 넘는 낚랑님들을만나뵐 수 있었다.
혹 내 기억력의 한계로 빠지신 분이 있으면 연락 주시기 바란다.
바로 수정해 드릴테니...애당초 출발 전부터 잠깐 가서 눈도장이나 찍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낚시도구 없이
맨몸(?)으로 했던 외출이었지만 모든님들이 우리 부부를 반겨 주었다.
많은 낚랑님들이 대낮부터 오셔서 낚시대를 담그고 계셨고 한편에선 오랫만에 만난
낚랑님들이 흡사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같은 감격의 장면이 계속 연출되고 있었다.
본부석은 늦은 오후 되면서 낚시하다 오며가며 들르는 낙랑님들로 한가할 시간이 없었다.
물론 green은 낚시목적이 아닌 외출이었기에 본부석에 들락거렸지.
낚시하지 않겠다고 해도 많은 분들이 빌려줄테니 하라는 성화에 못이겨 고사포동지 옆에
그린벨과 함께 나란히 앉아 저 멀리 지는 해를 바라보며 또 입질이 까닥까닥 오는
고사포동지의 찌를 응시하기도 하며 두 얼굴은 황혼빛에 물들어 갔다.
'워~매 행복한 것!'낚시가 좋고 아내가 곁에 있으니 무에 더 부러울 것 있으랴?
가을의 하루 해는 유난히 짧다.
주홍빛의 황혼이 흑빛으로 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늘엔 별이 총총, 물 위엔 캐미가 총총...'
양어장의 한 150대 정도 되는 낚시대에 연결된 찌의 찌톱에서 나오는 캐미의 형광빛은차라리 그 자체가 밤하늘의 영롱한 별빛이었다.
이 모임을 위해 저 남쪽, 청정해역권 마산에 있는 경남지부의 마산붕어님이 보내셨다는
소라를 기다리기까진 그리 지루한 시간이 아니었다.
멀리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 향한 남자하키선수들이 안간힘을 다하며 선전을 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각에 도착한 마산에서 공수되어 온 소라로 모두의 만남을 축하하는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모두 함께 하는 저녁식사와 함께 소주가 몇 잔씩 돌아가며 친목의 밤은 깊어 갔다.
테이블마다 너댓명씩 둘러앉아 오랫만에 만나 서로 안부도 물어가며 얘기 꽃을 피웠다.
챗방과 게시판을 통해 만났던 만남이 사실로 이루어지니 만남의 기쁨은 몇 배 더 컸다.
낚시보다 술이 더좋은 몇몇분은 아예 낚시를 포기하고 있었다.
그 무렵 이게 웬일?
못올지 알았던 강남지부장 노털님이 부인과 함께 오셨던 것.
그 늦은 시각에 어찌나 반가왔던지...
덕분에 여자들이 별로 없어 대화상대가 마땅(?)치 않아 심심했던 그린벨이 아주 좋아했다.
동병상련?
낚시꾼을 남편으로 둔 두 여성은 많은 얘기 주고 받으며 대화가 깊어졌다.
실외는 붕어와의 대화, 실내는 사람과의 대화...
이런 분위기대로 낚랑님들과 밤을 새워도 행복했지만 우리는 12시가 넘어 돌아와야 했다.
여러 낚랑님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88대로를 시원하게 달려 서울로.
집이 있는 잠실에서 가까운 한남대교 근방에 왔을 때 일이 끝나는 대로
여대장님과 함께 풍무양어장에 간다는 꽁지오빠님의 일터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꽁빠님께 그린벨과 내가 그리로 가겠노라 했다.
꽁빠님의 일터는 무척 아담하였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꽁빠님은 처음 만나는 강남지부의 낚랑인으로서, 그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일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일이 끝나가자 곧 근처에 가까이 사시는 여대장님이 꽁빠님의 일터로 찾아오시고...
일이 끝나자 공빠님을 태운 여대장님의 차는 풍무저수지가 있는 김포방면으로 향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 오는 것으로 하루를 정리했다.
그 새벽시간에 선후배님들을 만나러 낚수터로 떠나는 정말로 못 말리는 낚랑님들...
온라인상에서나 거의 매일 만났던 님들이지만 닉네임도 다 못 욀만큼 여러 님을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만난 건 기쁨이었다.
모처럼의 길고 화려했던 토요일의 일정으로 green의 아내인 그린벨(greenbell)이
함께 보낸 좋은 시간이었다.
green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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