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 지구상에서 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가깝게 지낸 동물은 개인듯 싶습니다.
세계의 어느지역에 사는 인종이건 고대시대부터 애완용으로, 호신용으로, 사냥용그리고 요긴한 식용(?)으로 개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인간은 개에게 식량과 살 곳을,개는 인간에게 용역을 서로 필요에 의해 제공하면서 이 땅위에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개는 인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 어느 지방이건 충견과 주인의 가슴 찡한 이야기가 예로부터 교훈적으로
전해오고 있으며 이 때문에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사람에게 최대의 욕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와 아시아 몇몇나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개를 식용으로 기르기도 하지만애완용이든 식용이든 그 사람의 기호에 따라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떻든 간에 보편적으로 개는 우리들이 좋아하는 동물의 하나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시절, 우리 집에서 개를 길렀습니다.
그 때 설던 곳의 주소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 1동이었는데 집안에 넓은 마당이 들어 서 있는1층집이었습니다.
우리집 근처에 사는 6촌 되는 누이의 집에서 기르는 개가 새끼를 낳자 한 마리를 우리집에분양해 주었습니다.
그 당시 집에서 기르는 개가 거의 그렇듯이 그 개의 품종은 토종견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토종견이란 보통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가정에서 전통적으로 길러왔던누렁이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제 막 어미의 젖을 떼기 시작,무엇이든 먹기 시작하는 강아지는 꽉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습니다.
그러한 예쁜 강아지가 집에 있으니 어린 우리 동기간들은 난리였습니다.
집 근처 단골 구멍가게에서 상자를 얻어다가 마루 밑에 그 녀석의 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당시의 이 당에 살고 있는 개의 이름은 미군의 영향에 따른 유행인지 웬만하면 쭁(John),메리(Mary), 독구(Dog, 德狗) 등 단순한 이름이었습니다.
우리 동기간들도 녀석의 이름을 '쭁'이라고 지어주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먼저 찾는 등 우리들의 귀염둥이 역을 톡톡이 하고 있던 중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쭁이 우리 집에 한 식구로 들어온지 한 달이 지날 때 쯤인 어느날 저녁
이 철없는 강아지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퇴근해 돌아오신 아버지의 구두를 튼튼치 못하지만 날카로운 이빨로 흠집을 많이 내 놓아흉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아버지는 몹시 화가 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주인을 몰라보고 아버지가 퇴근해 집에 들어오실 때마다 짖어대고 벗어놓은
양말을 물어뜯어 못쓰게 만들어 놓는 것도 모자란데 거기에 아버지의 구두를 못쓰게 만들어
놓았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끝나야 할 이 녀석이 내는 사고는 계속되었습니다.
급기야 그렇게도 예뻐했던 쭁과 우리의 운명이 달라지는 큰 사건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죽으려고 그랬는지 이 녀석은 돌발적인 사고를 저질러 그렇쟎아도 짧은 개의 생을 더 일찍
마감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날 저녁 때 아버지가 퇴근 해 집에 들어서셨을 때 녀석의 짖는 소리는 유난히도 컸습니다.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는가 하면 마루까지 따라 올라와 양말신은
아버지의 발을 물고 늘어졌습니다.
화가 몹시 나신 아버지는 신고있는 양말을 물어뜯는 쭁을 그냥 그 발로 걷어 차셨습니다.
쭁은 그 자리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안방 벽에 떠어지면서 부딪히더니 "깽"소리와 함께
파르르 떨더니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축 늘어진 그 녀석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가셨습니다.
이런 일이...
여기까지가 내가 본 녀석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아침밥을 먹으려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 앉았습니다.
그날, 밥상에는 웬 낮선 토장국 같은 것이 올랐는데먹어 보니 아! 맛잇는 고깃국, 당시는 특별한 날 아니면 고깃국 먹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무슨 날이길래 아침부터 이 맛있는 고깃국이라니...
식구 수 많은 우리 집이니 누구 생일인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소고기 넣은 미역국일텐데...
그 때나 지금이나 궁금증이 있으면 못 넘어가는 나는 밥을 다 먹고 학교에 가기 전어머니께 물어 보았습니다.
green : 엄마 오늘 무슨 날이예요? 누구 생일이예요?
어머니: 날은 무슨 날? 생일은 또 무슨 생일, 아무 날도 아니란다.
green : 그럼 아까 먹은 고깃국은 뭐죠?
어머니: 아, 그거? 맛있게 먹었니?
green : 네, 엄마. 맛잇게 먹었어요.근데 무슨국이예요?
어머니: 네 아버지가 어제 잡은 개, 쭁을 고은 국이란다.
green : 네? 그럴리가...
green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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