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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간편해요, 우리나라 최조 컵라면(사발면)의 탄생 비사...

green green 2008. 3. 10. 20:45

 


첫 직장은 라면으로 성공한 기업 농심의 홍보실 선전과...
"형님 먼저, 아우 먼저..."의 농심라면으로 유명해진 롯데공업주식회사는 아예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면서 스낵류의 제조, 판매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졸업을 3개월 앞둔 1981년 11월, 농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라면의 선발주자 삼양

시장점유율은 6:4정도로 삼양이 농심을 한참 앞설 때였다.
이에 농심에서는 시장의 다변화 전략으로 짬뽕라면, 짜파게티, 너구리, 안성탕면,

사발면, 브이라면 등 여러 종류의 라면을 개발, 시판했는데 그 중에서 사발면이

제일 먼저 나온 제품이었다.

사발면은 당시 라면의 종주국 일본에서 이미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여러 종류와

현태의 컵라면이 너댓개의 라면 메이커에서 오래 전부터 시판중이었던 제품.
끓는 물을 붓고 3분만 기다리면 맛있는 끓인 라면 못지않는 훌륭한 맛의 사발면은

이미 제품 출하가 시작되기도 전에 장안의 화제였다.
이러한 상황에 농심의 홍보실에 입사 후의 첫 일은 마침 그 때 신제품으로 출시할

사발면 신문과 잡지광고의 디자인 및 제작이 주어졌다.

전파매체인 TV와 라디오광고는 당시의 신인 개그맨인 김형곤을 모델로 이미 촬영과

녹음일정 잡혀 있으므로 신문과 잡지광고 등의 인쇄매체도 이와 같은 상황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촬영 후 막상 인화 해 보니 TV와 달리 인쇄매체에서는 모델 김형곤의 모습이

아무래도 약해 보였다.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이 김형곤의 캐리커쳐를 사용하기로 했다.

캐리커쳐 작가는 에어브러쉬와 붓터치로 인물의 특징을 강하고도 하게 표현이 능한

이복식선생, 당시 광고업계 최고의 작가였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캐티커쳐 案을 홍보실장에게 결재를 올렸으나 웬일인지 결과가

금방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김형곤을 모델로 사용하는 일러스트案도 부결, 결과는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신제품인 만큼 모델을 부각시켜 제품을 알리는 것보다는 제품을 크게 강조하며 간편한

조리법과 시용법도 함께 알려주자는 원초적인 신제품 광고기법을 할용하기로 한 것.
김형곤의 사발면 먹는 모습을 작은 서브컷으로 사용, TV광고와의 연계도 고려하였다.
그래서 뚜껑을 반쯤 벗긴 사발면 위에 주전자나 커피포트로 끓인 물을 붓는 장면의

인쇄광고가 나오게 된 것.

 

여기서도 문제는 있었다.
사진에서 찍힌 라면 위에 부어지는 끓는 물줄기와 라면 속의 스푸건더기들이 생생하지

않고 희뿌연 모습으로 인화지상에서 보이는 것이 막상 광고를 제작했을 시, 더 뿌옇고

약한 모습으로 나올 것이 뻔했다.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지금은 모두 컴퓨터의 이미지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툴을 사용, 간편하게 고치지만

그 때만 해도 사진을 고치는 일은 새로 찍는 일보다 더 까다로와 광고사진을 수정하는

전문가들이 꽤 높은 작업료를 받았다.

 

수정방법은 실제 원고로 사용할 사진크기보다 1.5배 이상 크게 인화한 인화지 위에

컴프레샤로 만든 압축공기를 이용한 에어부러쉬로 그림물감을 흩뿌리는 기법으로

사진을 수정하여 물줄기와 라면발, 건더기를 생생하게 그려넣어 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온 것이 위의 신문과 잡지광고...

사발면은 그 후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

후발메이커들도 많은 종류의 유사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N사는 제품의 성공에 힘입어 기존의 제품은 '소고기맛'이라는 부제를 붙여 판매하였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기호에 맞춰 매운 맛의 '육개장사ㅇ면'도 출시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즐겨먹는 컵라면, 컵라면은 이제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공식 간식 내지는 한끼 식사가 되었다.


여기서 드리는 한가지 팁,
컵라면을 일반라면과 같은 방법으로 끓여 드시면 그 맛이 일반라면보다 훨씬 좋다는

확인된 사실...
한번 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