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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죄가 없습니다...

green green 2009. 8. 1. 15:54

아들녀석이 고1때의 일이니까 2005년의 어느 봄날 쯤 될듯 싶다.

회사에서 어느 회사의 의뢰로 신문 전면(15단)광고를 기획, 제작하고 있었다.

광고 대상은 건강식품으로 중국과 미국의 합작 투자연구 했다는,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주는 건강식품 M의 광고.

수험생 대상 광고이니 소구대상은 중고등학생과과 그 학부모일수 밖에 없다.

 

드디어 신문광고의 카피가 완성되었다.

헤드라인은 '아이는 죄가 없습니다!'
공부를 해도해도 아이의 성적이 오르지 않자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무릎 꿇고 두 팔 든채 벌 세우고 있는 남학생을 모델로 등장시켰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를 벌 세운다고 성적이 올라가나?
집중력 부족한 그 아이가 시험 때 애써 암기한 것 기억나지 않으면 말짱 황인걸.

그럼그럼, 아이가 무슨 죄가 있겠어, 다 부모님 유전자 물려받은걸...

 

문제는 아이의 공부할 때

집중력부족과 시험 볼때의 기억력 감퇴때문이니 건강식품 M을 복용하면

아이의 뇌가 개선되어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상황이었다.

시안을 제작할 때 당시 고1짜리 아들녀석을 모델로 디지털카메라로

스냅촬영하여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아들에게 실제 광고제작 촬영시 모델료 지불할테니 시안이 OK되면

실제 모델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으나 녀석은 한 마디로 NO~.


원래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닌데 까짓 모델료에 팔려 모델까지 나서며

"나 공부 못하네~" 하며 자기를 직접 전국적으로 광고할 일 없다는 얘기였다.

이때 모델료에 눈이 먼 곁에 있던 중2짜리 딸아이,

자기가 아르바이트로 기꺼이 나갈테니까 모델료를  달라고...

자기는 공부를 잘 하는 편이므로 이 광고의 모델로 나선다 해도 손해볼 것 없다는
알량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광고전략상 남학생 모델이 필요하므로

돈에 눈이 어두운(?) 딸아이의 모델 자원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몇일 후 전국의 유명일간지에 대문짝만한 이 광고가 좌악 실렸다.

신문광고를 보며 모델료를 얼마 지불했느냐고 궁금해 하는 아들에게
500,000원 지불했다고 대답하니 그럴줄 알았으면 모델료가 300,000원이라도
체면이고 뭐고 자기가 모델로 나서서 촬영했을거라며 뒤늦은 후회를 한다.

500,000원이면 당시 녀석의 일년치 용돈 쯤 아닌가!

모델료에 눈이 어두워 뒤늦은 후회하는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아들에게 먼저 모델료가 거금 500,000원이니 한 번 쯤 나가 보지 않겠냐고

제시하지 않은 내가 죄인이지.

솔직히 내 입장에서도 아들을 문제의 그 광고의 모델로 내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 역시 전국 동네방네 아들을 공부 못하는 아이로 소문 내기 싫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