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아내가 곰국을 끓였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니 곰국 끓이는 열기와 함께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했다.
곰국이라면 옛날에 어머니도 잘 끓이셨지...
예나 지금이나 큰 솥에 한번 끓여 놓으면 온 식구가 잘 먹는다.
설설 끓는 국물을 그릇에 퍼 담아 송송 썬 파와
소금, 후추를 적당량 치고 밥 말아 먹으면 많은 반찬 필요없이
입속의 씹은 밥이 국물과 함께 꿀렁꿀렁 잘 넘어간다.
언제부터인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떠돌던 얘기...
환갑 넘은 분들을 비롯한 40, 50대 남자는
아내가 곰국 끓일 때가 제일 무섭다나?
광우병 걸린 소의 사골을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왜 무서울까?
요즘의 아내들은 몇일이고 먹을 수 있는 곰국을 끓여놓고
느닷없이 집을 비우기 때문이란다.
이런! 우스개 소리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힘겨운 집안 살림에 지친 아내들의 반란인가?
격세지감이다, 옛날의 어머니들은 곰국을 끓여도 집을 비우지 않았는데...
그건 그렇고 이 왜 아내는 난데 없이 곰국을 끓인 것일까?
어디 멀리 다녀올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가족 몸보신이라도 하라는 뜻일까?
어쨌거나 몇일 잘 먹은 곰국,
오늘 아침 곰솥을 보니 더러 남아 있었다.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따라 나선다는 말처럼
설마, 예고도 없고 줏대도 없는 여행을 다녀오기야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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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국:
육탕(肉湯)이라고도 하며 보양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밥을 말면 곰탕이 되고, 사골·등뼈를 많이 넣어 끓이면
설렁탕이 된다.
옛날 궁중에서는 수라상에 팥수라와 짝이 되는 음식으로 올렸다.
양지머리·사태살 등 고기와 양(:소의 위)·곱창·부아 등 내장을 될수록
많이 넣고 오래 끓여야 감칠맛이 난다.
파·마늘·무를 함께 넣어 푹 무르게 끓이고 건더기는 건져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다진 파와 마늘·참기름·후춧가루·간장 등으로
양념을 하여 국에 넣어 한소끔 다시 끓인다.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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