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사(音樂萬思)/이야기가 있는 노래

물레방아 돌지않는 내력...

green green 2009. 6. 18. 08:20

어렸을 때 방학을 맞아 양수리(경기도 양평군 부용리)의 큰집에 놀러가면

앞마당 뒤로 산에서 흘러 내리는 수정같은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습니다.
또 마을 북편에는 가재가 엄청나게 많이 살 정도의 깨끗한 물이

항상 흐르던 실개천이 있었습니다.

 

사촌형님은 참외를 따 지게에 져 나르고

큰어머니와 사촌형수님은 집앞 밭에서 딴 참외를

바로 앞마당 변으로 흐르는 물에 씻어 서울 경동시장 위탁판매장으로

보냈으며 참외 씻는 그 물은 바로 논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무리지어 벌거벗고 물놀이 즐기던,

징거미와 가재, 피라미, 쏘가리, 메기 풍성하던 실개천은 물이 더러워져

웬만한 어종은 사라지고 피라미 정도의 물고기만 명맥유지한 지 오래입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도 할 수 없지만 그나마 물이 말라 버렸습니다.

 

큰집 앞 마당의 졸졸 흐르던 물도 이미 말라 붙은 지 오래입니다.
그 물을 받아 여름내내 벼가 잘 자라던 논은 오래 전에 밭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그 마저 메꾸어져 몇년 전 동네 마을회관이 들어섰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벼슬도 싫다만은 명예도 싫어 정든 땅 언덕위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새들이 우는 속을 알아보련다
서울이 좋다지만 나는야 싫어 흐르는 시냇가에 다리를 놓고
고향을 잃은 길손 건너게 하며 봄이면 버들피리 꺾어 불면서

물방아 도는 내력 알아보련다

 

트롯트의 황제 나훈아가 부른 '물레방아 도는 내력'처럼

시골의 동네마다 하나 씩은 있었던 물레방아도 수십년 전에 없어졌습니다.
당시 물레방아 도는 내력이야 뻔했지요, 물이 많이 흘렀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으니 돌아갈리 만무합니다.
이제는 노래 제목을 '물레방아 돌지않는 내력'으로 바꾸어야 할까 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3년부터 유엔이 정한 물부족국가에 들어있습니다.
유엔의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서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 평가 했다고 하는데 이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1993년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이
1,470㎥로 물부족국가에 해당되었다고 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우리의 나라..."
"돈을 물 쓰듯 한다..."

등의 속담은 이제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점점 듣기 어려워져 가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와 같은 프로나 혹은

옛날의 가요와 동요에서나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문득 떠 오르는 어렸을 적 배운 동요

이태선 작사, 박재훈 작곡 '여름냇가'를 불러봅니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나뭇가지 한들한들~
꾀꼬리는 꾀꼴 꾀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