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장마중인 지금은 능소화의 계절.
출근길의 우리집 근처 어느 주택 담장을 타고 활짝 핀 아리따운 꽃...
중국 원산의 능소화는 갈잎 덩굴 나무로써 담쟁이덩굴처럼 건물의 벽이나
다른 나무를 타고 오르는데 7~8월에 가지 끝에서 나팔처럼 벌어진
나팔 모양의 주황, 홍황색의 꽃이 여름에 피는 꽃나무이다.
능소회의 꽃말은 명예...
옛날 양반집 정원에만 심을 수 있었고 일반 상민은 심을 수 없었다고 한다.
행여 이 꽃나무를 심기라도 하면잡아다가 곤장을 때리고
다시는 심지 못하게 했다고 하여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이 꽃,
'구중궁궐의 꽃'이라 부르기도하는 이 꽃의 전설이 자못 슬프다.
옛날 궁궐에 복숭아 빛의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다.
어느날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은총을 받아 후궁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궁녀에서 후궁에 오르니 모든 것이 격상되어 었다.
따로이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 되었는데 임금은 그 이후 소화의 처소를
다시는 찾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삶은 경쟁이다.
궁녀는 왕의 여자, 모두 얼굴과 몸매가 반반하니 후궁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한 둘은 아니기에 그들은 시샘과 음모가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교활한 심성의 소화였다면 임금을 다시 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했겠지만
그녀의 심성은 그렇지 못했기에 임금을 다시 만나기 어려웠나보다.
처소의 위치가 밀리고 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까지 밀려난 소화는
다른 경쟁자들의 그런 음모를 눈치채지 못하고 하루이틀 임금만 기다렸다.
임금의 발자욱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다가 그냥 가지는 않을까 싶어 서성이며 기다리며
담장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상사병이 화근이 되어 세상을 떴다.
임금의 눈에 띄지 않아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님을 기다리겠노라."고 한 그녀의 유언대로 시녀들은 소화를 담장가에 묻었다.
그 이듬해 여름, 과거 소화의 처소 담장에는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훗날 사람들은 '능소화'라 명명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능소화는 더 많이 담장을 휘어감으며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 꽃잎의 해맑은 모습은 정말 귀를 활짝 열어놓은 듯 하다.
요즘은 장마철, 주말이지만 밖으로 나가 다니기가 꺼려지는 오늘같은 날,
노유섭 작시, 박영란 작곡의 소프라노 고선애 선생이 부른 '능소화 사랑'에
심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무치는 그 애절함이 눈물겹다.
능소화 사랑(노유섭 작시, 박영란 작곡, 소프라노 고선애)
죽도록 죽도록 그리워할 수밖엔
죽도록 사랑할 수밖엔 없어요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내사랑 나무 감아 안고 오르고 올라
행여 내임 볼 수 있으려나
행여 내 임 발자국 소리 들으려나
물 한 모금 삼키지 못하고
말라 부서져버린 이 내 한 몸
죽도록 죽도록 그리워 할 수밖엔
죽도록 사랑할 수밖엔 없어요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내 사랑 나무 감아 안고 오르고 올라
임 오실 담장가에 한송이 황혼빛
꽃으로 피어났으니
내 이름은 그리움이어라
아 내 이름은 사랑이어라
내 이름은 그리움이어라
아 내 이름은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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