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한강 광나루에서 학우들과 함께 포즈 취한 green의 어머니... (맨 앞 오른 쪽)
학우들과의 졸업기념 사진. green 어머니, 맨 뒷 줄 왼쪽부터 두번 째...
꿈많은 처녀 시절 친구들과 한껏 멋부리며 찍은 green의 어머니, 가운데...
1950~60년대의 해묵은 이야기,
8남매 중의 다섯째로 세상에 나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나의 어머니는
친구들의 엄마보다 훨씬 늙으신 편이었다.
친구들의 엄마는 젊고 예쁜데 비해 하루종일 시장에 나가 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는
그 엄마들 보다 연세가 훨씬 들었으니 그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나와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가 아니고 어머니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어머니 모시고 오라고 해도 웬만하면 어머니께 전하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의 출생지는 서울, 일제치하 삼일운동이 일어나기 두 해 전인 1917년 서울 중구
현 중구청이 있는 마른내길 근처에서 태어나셨다.
지금은 없어진 방산초등학교와 경성여자기예학교를 졸업하신 어머니는 당시의 인텔리셨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어머니셨지만 외할아버지의 "여자가 더 공부해 뭣에 써?" 하는 한마디
의 역정으로 공부를 끝내고 시집갈 준비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이렇게 해서 아버지에게로 시집을 오면서 부터 운명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당시 북간도의 만주에 계셨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진 맞선으로 1942년 결혼,
신접살림을 차리셨는데 아버지는 만주에 어머니는 서울에 떨어져 사셨다.
1년 후 아버지 따라 만주로 가신 어머니는 그곳에서 광복 전까지 사셨다.
1945년 3월에 큰 형을 낳은 후 일본의 패망이 가까와진 것을 아신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만주를 떠나
우리나라에 입국, 아버지의 고향인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양수리 옆 동네임)로 거처를 옮기셨다.
만주에서 열차가 두만강을 건너 신의주에 이르니 태극기 물결, 그 날이 8월 15일 광복의 날이었다고.
서둘러 남하하신 아버지는 고향을 찾아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에 새 터전을 마련, 새로운 시작을 하셨다.
뾰족구두와 타히트 스커트에 손에 양산을 받쳐들고 그 동네 방문한 제1호 신여성으로 기록되었지만
어머니는 유교 숭상하는 전통적인 집안의 며느리로써 신혼생활 자체가 힘들었다.
이렇게 양평에서 신혼을 보낸 부모님은 6.25가 끝나면서 그곳에서의 사업을 접고 상경하시게 된다.
6.25 기간동안 고향에서 거의 모든 재산을 잃고 서울로 이주, 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심히 사셔야 했다.
1950년대의 그 시기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 우선 먹고 사는 것이 다급했던 시기 아니었던가.
그 후 서울에 올라온 이후 만10여년이 지난 1964년, 내 위로 4명의 손위 형제자매가 있었지만
내 밑으로 세 동생이 더 태어나 우리 식구는 10식구가 되었다.
그때 우리집은 동기간들이 나를 포함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6명의 학생들이 있어
일하러 나간 부모님들 대신 위의 형이나 누이들이 학부모역할을 하던 시기.
실제 나부터 아래 동생들은 큰 누나 등에 업히며 그 보살핌 속에서 켰다.
당시 토건업에 종사하셨던 아버지는 5.16이후 국토개발의 붐에 따라 전국방방곡곡을 돌며 일 하시느라
집에 계시는 날수가 적었다.
충주 비료공장, 신갈 인터체인지, 팔당 수력발전소 등등 당시에 완공된 많은 시설물들이 일부 참여하신 공사였다.
어찌 된 일인지 공사가 끝나도 아버지는 돈을 벌어 오지 못했다.
당시의 큰 공사란 공사는 많이 해 보셨지만 한 공사가 끝나면 임금 못받은 현장 근로자들이 우리집에 몰려 와
농성을 하다가 옷가지며 가재도구 등 세간살이도 부족해 나중엔 숟가락마저 집어가곤 했다.
그러기를 두어 차례, 이제 집안에 남아 있는 것은 솥단지도 양은 밥그릇은 물론 숟가락도 아무것도 없었다.
집안에서 살림을맡은 여자들에게 집안의 세간살이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재산,
결혼할 때 세간살이 준비는 대부분 여자들의 몫이니 더욱 그렇지 아니한가.
세간살이가 집안에 숟가락 하나 남아나지 않은 현실을 겪는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셨으랴.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던가!
어머니는 북받치는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셨지만 소리내어 우시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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