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사(音樂萬思)/연주 & 관람 후기

클래팝과 재즈의 만남, 지휘자 서희태의 '재즈바이러스' 관람 후기...

green green 2010. 7. 13. 08:57

 

주일 오후 2시 30분에 음악회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
쉬운 일 아닌,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므로 이것도 행운이다.
지난 7월 11일(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에서 열린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 '재즈바이러스'에 다녀올 수 있었다.

어떻게 그 중요한 시간에 다녀 올 수 있겠는가?

오늘은 밝히기 어려운 문제, 나중 기회에 밝히기로 하고 이만... 

 

일찌감치 도착, 아직 한 시간 전이니 점심식사를 해결하곤 '예당'에 들어섰다.

시간되어 입장하니 좌석이 1층 앞줄에서 4번째, E블럭(무대 바라보고 맨오른쪽)으로

한 쪽에 너무 치우친 자리라 심도있는 감상이 어려울 것 같은 위치.
뒤돌아 보니 콘서트홀 3층에도 관객들이 앉아 있는데 전체적으로 절반 좀 넘는 느낌,

이곳의 좌석 수 2523석이라니 어림짐작, 1200에서 1500명 정도 입장한 것으로 추측 된다.  

 

오케스트라 팀이 오른쪽 입구에서 무대로 입장하면서
마지막으로 왼쪽입구를 통해 6척장신은 넉히 될듯한 서희태 지휘자가
성큼성큼 보폭 큰 걸음으로 씩씩하게 입장한다.
작년 가을, 다문화 국민음악제 이후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처음
만나는 연주이니 반갑고 기대된다

 

밀레니엄 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서희태 지휘자는 2008년 가을,
MBC TV에서 '베토벤바이러스'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졌다.
그 드라마의 음악감독으로 극중 깐깐한 '강 마에스트로'와 오합지졸이었던
오케스트라단원 배역을 맡은 김명민 등 탤런트들에게 연기 지도를 했다.
극중 지휘자 강마에스트로가 바로 서희태 지휘자의 그 모습이라던가!     

 

서막으로 연주한 뮤지컬 '시카고'의 하이라이트는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활기찬 리듬과 박진감의 표현이 좋았다.

오늘의 순서는 '재즈와 클래팝의 만남' 부제가 말하듯
1부는 이안삼 선생께서 작곡한 '클래팝의 세계'와
2부 국내 유명 연주가들과 협연하는 '재즈의 세계'로 진행되었다..

 

'클래팝(Clapop)'은 이안삼 선생이 새로이 제창한 클래식과 팝의 합성어.
우리 가곡의 순수 예술성을 지향하되 대중의 취향을 접목한 새로운 장르로써
우리 민족의 서정성을 서양의 대중적 선율과 화성으로 표현한 보급형 가곡이다.
한마디로 어렵게 느껴지는 일부 성악가들만의 가곡이 아닌

일반인도 쉽게 부를 수 있는 가곡에로의 지향이 클래팝이다.

 

1부의 첫 순서로 전세원 시 / 이안삼 곡의 '마음 하나'를
Sop.강혜정님이 불렀는데 옥 구르듯 부드러우면서도 거침없는 목소리는
순서의 첫곡으로 내 놓을만한 수작이다.
순서 전체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끌어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 첫곡의 구실이다.
이어서 이향숙 시 / 이안삼 곡의 '인생은'을 연주,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인생을 노래하였다. 

 

다음 순서는 전경애 시 / 이안삼 곡의 '금빛날개'를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듣고 Sop.이현정님이
이가인 시 / 이안삼 곡의 '기다림'과 '가슴에 담아'를 연주했는데 두 곡 모두
이번에 발표하는 신작이었다. 한편 시인 이가인님은 우리 카페의 보나님이신데
국내외의 크고작은 연주회를 두루 거친 베테랑 성악가께서 신작을 불렀으니
새로 발표된 위 두 곡은 앞 날이 창창할듯한 예감이 든다.

 

세번째 순서로 Bass 김요한님이 이태운 시 / 이안삼 곡의 '애상'과
전경애 시 / 이안삼 곡의 '내고향'을 불렀다.

이태운님은 우리 카페의 무한열정님이라고 꼭 짚어 얘기하지 않아도 다 아실듯 하다.
이안삼 선생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두 곡 중 '애상'은 금년 봄 발표했고
'내고향'은 작년 가을 발표한 신곡으로 클래팝의 목적에 맞게
대중이 어렵지 느끼지 않게 작곡했으니 많이 불려질 수 있는 곡이다.

 

1부 순서가 끝나고 클래팝에 대한 의미 등 서희태 지휘자의 해설이 있었으며
이안삼 선생이 무대 위로 나오셔서 관객에게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다.
터벅터벅 나오셔서 인사하시고 무표정하게 퇴장하자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밝은 청색계열의 와이셔츠에 짙은 청색계열의 싱글을 멋지게 차려입은 선생께서

나오셨으니 당연히 인사말이라도 하실 줄 알았는데 그냥 퇴장했으니...
퇴장한 이안삼 선생을 서희태 지휘자가 다시 청해 클래팝의 해설을 들었다.

 

2부 '재즈의 세계' 첫순서는 황보영 피아니스트와 협연으로 미국의 작곡가
죠지 거슈인이 1924년 작곡 발표한 '랩소디인 블루' 를 연주했는데 연주 전,
서희태 지휘자의 곡 해설이 있었다.
1920년대의 미국 거리풍경을 묘사한 이곡은 당시 재즈왕인 화이트먼의 악단을
위해 재즈의 작곡 기교를 썼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한 이 협주곡은
첫 부분에 나오는 사이렌처럼 점차로 높이 올라가는 클라리넷 음이 등장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로선 그것이 놀랄만한 효과로 인식되어  '랩소디인 블루'가 대중에게
인기를 끈 촉매제 역할을 하였으며. 서정적이고 매력 있는 멜로디와 미국의
통속적인 리듬을 융합하여 자동차 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를 표현하였다.
한편 블루(Blue)란 말은 동굴과 같은 어두운 도회지의 우울한 단면을 표현한 것.
근대 기계 문명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의 불안감을 잘 표현한 한 작품이었다.

 

황보영 피아니스트의 자아도취되듯 그윽한 연주에 빠져있는 표정은 피아노 연주가가 아니라

차라리 연주를 감상하며 즐기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 바로 그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격정적인 표현 부분에서는 심혈을 다해 건반을 두드리는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깊다.16분 동안의 오케스트라와 황보영 피아니스트의
섬세하면서도 세련된 연주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다음 순서는 팝페라 가수 강신주 테너의 시간,
작년 8월 김연아 아이스쇼에서 서희태 지휘자의 밀레님엄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중국의 부부 스케이터 쉔슈에와 홍보자오 공연때 안드레아보첼리의
' Lo ci saro' 의 노래한 장본인이다.
현재 백석대 교수로 재직중인 그의 멋들어진 목소리로 You raise me up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중 This is the Moment를 불러 때론 격정정이면서
잔잔한 여운과 함께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마지막 순서로 색소폰 연주자 대니 정과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의 시간,
색소포니스트 대니 정은 세계적인 뮤지션들에게 레슨 받으며 성장하며 부단한
노력으로 정상의 자리에 올라 다양한 색채를 넘나들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스타급 연주자이다.

또 곽윤찬 재즈 피아니스트는 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설의 재즈명가 EmArcy 레이블이

선택한 최초의 한국인 재즈 피아니스트, 세계적 재즈뮤지션들의 공연이나

국악 퓨전 음반, 영화음악 음반, 대중음악 가수들과의 음반 작업 등에서도
어김없이 실력을 발휘해온 현재 가장 주목받는 연주자이다.

 

묘한 매력이다, 두 연주자의 멋진 연주는 친숙하게 느껴져 연신 고개짓으로
끄덕끄덕 리듬과 박자, 장단을 맞추게 한다. 두 연주자의 환상적인 앙상블은
관객들을 재즈의 세계로 몰두하게 했다.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Cinema Paradiso,
The Wind Beneath My Wing 등 우리 귀에 친근한 음악을 들려 주었다.

 

클래식이나 대중 음악보다는 재즈와 그 관계가 밀접한 것이 색소폰,
여기에 피아노가 가세하여 더욱 멋진 재즈음악이 탄생한다. 초기 재즈에는
색소폰보다 클라리넷이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야 색소폰이 재즈의 가장 대표적인 악기가 되었다고.

현대의 대중음악에서는 재즈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 일부러

색소폰 연주를 자주 사용하곤 한다.  

 

2부의 순서가 모두 끝나자 서희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팀이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아직 프로그램상 남아있는 곡, 영화 캐러비언의 해적 OST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을 향해 선심쓰듯, 
"이제 연주가 모두 끝났지만 앙코르 곡을 딱 한 곡 준비했습니다"라며
앙코르를 간접적으로 유도한다. 재미있다.

 

캐리비안의 해적 OST는 독일 출신의 작곡가 Klaus Badelt가 작곡한 곡.
이 경쾌함을 어느 곡이 따라 올 수 있단 말인가?
더우기 이 곡을 영화에서의 배경음악으로 듣지않고 따로 현장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로 심취하여 들으니 그 깊이 또한 달랐다.

 

앙코르 곡을 끝낸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에게 또 다시 앙코르가 쇄도,
이때 무대 입구에서 서희태 지휘자 무대 뒤로 나갔다가 막 들어온다.
이때 전체 진행감독인듯한 이가 지휘자 뒤에 서서 객석을 향해 수신호한다.
아래에서 위로 두 손을 추켜 올려 '일어나 박수치라'는 직접적 훈수로
우리에게 앙코르를 이끌어 내란다,

이거야 말로 진정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로구나! ㅎㅎㅎ

 

일부 관객들이 장난삼아 못이기는 척 일어나 환호하자
지휘자는 기다렸다는듯 오케스트라 팀에게 연주를 주문,
오펜바흐 작곡 '천국과 지옥'의 오르페우스중에서 '캉캉'을 신나게 연주한다.
이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염치없이 또 앙코르를 환호한다.

 

또 다시 무대 뒤에선 일어나 박수치시라는 무대감독의 사인이 우리에게 전달되었고... 
'그래, 일어나 손뼉 치면 또 한 곡 들려 줄거야.'

이렇게 이미 모르모트처럼 학습 되어진 우리는 또 한번 일어나 손뼉치며

앙코르를 환호했다. '그래 또 들을 수만 있다면 일어서서 박수치는 것이 문제랴!" ㅎㅎㅎ

 

마이크 잡은 서희태 지휘자는 모르는척, 익살스럽게 관객을 향해 또 묻는다.
"분명히 연주를 잘 해서 일어나 박수 치시는 거죠?"
관객들은 대답한다 "예~"

"연주회에 왔다가 앙코르 음악이 없으면 뭔가 빠진 것 같아 서운하지요?"
관객들이 또 대답한다. "예~"

 

다시 한 번, 그러나 이번엔 진짜 마지막 연주, 아리랑이 이어진다.
들어도 들어도 싫지 않을 것 같은 연주가 끝나자

서희태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팀과 함께 객석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무대 뒤로 총총 사라졌다.
밀레니엄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그 뒤를 따르며 연주회가 끝났다.

 

서희태 지휘자,
연주 중간의 위트있는 그의 해설은 음악과 친밀할 수 있도록 돕는 배려였다.
관객들에게 쉽게 곡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의 자상한 정성은
관객을 향해 일방적으로 쏟아내기만 하는 연주가 아닌, 눈높이의 노력이다.

 

그의 이러한 마음과 언제 명맥이 끊길지 모르는 현실이 안타까워 우리 가곡의
보급과 애호의 저변확대를 위해 순수 예술성과 대중의 취향을 접목,
대중성 있는 클래팝 장르를 개척한 이안삼 선생의 마음이 만난 것이
오늘 연주회 '재즈바이러스'의 골자이다.

 

같이 관람한 내 주위의 어느 관객이 관람평을 했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감상하였기에 오늘 음악회는
마치 종합선물셋트와도 같은 음악회였으며
아주 기분 좋은 음악회였다."

 

같은 생각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장르를 떠나 다양한 음악을 관람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뿐인가, 눈높이를 관객에게 맞추고 소통하는 음악회였으니

관람 다녀 온 분들께 물어 보시라!

'재즈바이러스',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 음악회였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