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함께 점심식사 하는 대학시절 친구가 있다.
피차가 바빠 그랬는지 한 열흘 서로 연락없이 지낸 것이 걱정되어
전화를 했는데 이 친구, 그동안 밀린 만남도 있으니
내친 김에 나의 사무실에 놀러 온단다.
마침 그날 저녁엔 장례식장에 문상 갈 일도 있어 정중히 사양했다.
그랬더니
"넌 맨 날 문상 가냐?
지난 주에도 어느 상가인가 문상 다녀 온걸로 아는데..."
라며 죠크를 준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굳이 사무실 방문하겠다는 친구에게 미안한 감정이 솟았다.
"어떡하냐? 인생이 다 그런걸...
내 부모와 처 부모, 모두 돌아가신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분들의 답례성 문상과도 상관 없는 문상 갈 일이 또 자주 생기는구나."
친구는 문상 자주가니 복받겠단다.
글쎄, 문상 자주 다니면 복 받는건지 모르겠네..
그러고 보니 올들어 문상 다녀온 것 만도 꼬박 7번은 되나 보다.
몇 주 전에는 결혼도 아직 하지 않은 청년의 문상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거의 70 중반 부터 80 넘는 분들의 문상이었다.
그분들 보다 20~30 더 젊은 내가 이 땅에 사는 동안
한 세대 더 사신 내 주위 분들에 대한 문상은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
친구가 찾아 오겠다던 그날 저녁 장례식장엔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사람의 수명이 강건하면 70이요 오래 살면 80이라 했는데 그날의 고인은
84세를 일기로 돌아가셔서 나름대로 향수를 누렸다고들 한다.
그래서 여느 상가보다는 분위기가 한층 밝게 느껴지고 문상객도 많아
역시 문상객의 한 사람인 우리의 마음도 모처럼 밝았다.
나이를 먹긴 먹나보다. 그날 문상 다녀온 이후
이 세상에서 내가 몸 담고 살 수 있는 한정된 시간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나이 먹었다는 자각에서일 것이다.
옛생각이 난다.
5년 전 세상을 떠난 만화가, 故 고우영 화백...
그는 그의 만화 '수호지'인가, 거기서 이렇게 표현했다.
'Go man go, is man is...'
갈 사람 가고 남을 사람 남는다는 고우영씨 특유의 표현이었다.
그래, 그것이 인생이지.
먼저 갈 사람 가고 남은 사람도 나중에는 결국 가야 하는...
아닐 수도 있지만 평균적인 수명으로 치면
이 땅에서 남은 내 생의 세월은 고작 20~30년 정도일듯.
결코 길지 않은 시간, 그러나 짧지도 않은 시간이다.
공연히 쓸데 없는 생각을 해 본다.
처음 가는 초행길,
나의 삶 어느 때,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 짓게 될까?
누구나 가는 길이지만...
나의 초행길은 어떤 모습으로 떠나게 될까?
인생 / 김영환 작시, 이안삼 작곡, Sop 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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