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비둘기, 그들의 세상 사는 법...

green green 2010. 9. 15. 15:33

아침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기 위해

늘상 건너는 육교가 있다.

이른 아침에 육교를 건너려는데 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와

육교 맨 아래 계단에 멋지게 착륙(?)한다.

 

밤새 잠자고 일어난 그들이 할 일은 먹이 찾는일,

육교에 착지하여 먹이를 구하는 비둘기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놀랍게도 그들은 맨 아래 쪽에서 위쪽으로

한 계단 한 계단 교차하여 오르면서 먹이를 훑고 있었다. 

 

놀랍다, 비둘기의 먹이를 구하는 기술이 이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그저 평지에서 이리저리 헤매면서 벅이를 찾던 그들이

언제부터 사람조차 건너기 싫어 그 아래로 무단횡단하는

육교까지 반경을 넓혔던 말인가!

 

이 세상엔 날지 못하는 새가 있다.

키위, 타조, 거위, 펭귄, 닭...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땅의 것을 쉽게 구했기 때문이다.

 

그들도 처음에는 날아 다니며

땅위의 먹이를 구하고 또 구했을 것이다.

어느날부터인가 힘들여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깨달아

날지 않고 먹이를 주워먹기 시작했다.

 

날지않고 땅에서 먹이를 구하는 법을 터득했다는 것.

그것은 진화였다. 

이제 힘들여 날아 올라가며 먹이를 구하지 않아도 된 그들은

오랜 세월 지나며 몸집이 비대해지게 되었다.

 

원래 몸집이 작았던 그들의 조상은

하늘을 날았지만 몸집이 비대해진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날지 못한다.

 

지금은 서울시청의 비둘기 퇴출작전으로 그 수가 많이 줄었지만

거리의 비둘기를 바라보노라면 한때 뚱뚱한 비둘기도 많았다.

사람이 곁에 다가 가도 도망가지 않으며 째려보는듯한 눈으로

먹이를 기다리며 사람을 응시하던 그들에게 지어준 별칭은 '닭둘기'...

 

오늘의 그들은 너무도 땅에서 쉽게 먹이 구하는 법을 안다.

사람들 먹다 버린 부스러기는 물론

간밤에 취객들이 토해 놓은 토사물까지 거리에서 쉽게 찾는 비둘기,

그들은 이제 계단이라는 인공물을 이용하여 효율적인 방법으로 먹이를 구한다.

 

하루 중 거의 모든 시간을 땅에서 머물며

먹이 구하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오늘날의 비둘기...

이대로라면 그들 역시 어느날부터 날지 못하는 새가 되는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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