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낮은 곳으로 이제 그만 임하소서...

green green 2010. 9. 25. 23:08

 

 

 

지난 추석 연휴기간까지 많은 비가 내려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게릴라성 폭우라고 불러야 하나? 서울과 경기지방을 덮친 水魔는
2명의 인명을 앗아 가기도 했다.

 

적지 않은 재산피해를 낸 이번 폭우 피해자들은 대부분

지대가 낮은 농촌지방의 농민들과 도시의 서민들이었다.
큰 비가 오면 왜 농촌의 농민들과 도시의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걸까?
그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항상 낮은 데로 흐르는 물의 성질 때문이다.


논과 밭 등 경작지와 양계장, 비닐하우스 등은 모두

낮은 지대에 속해있기 때문에 큰 물이라도 나면 속수무책이기 마련이다.

농촌은 그렇다치고 도시에서는 왜 유독 서민들이 水魔의 피해자가 되는 걸까?
그 이유 역시 낮은 곳에 거할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의 현실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서민들이 사는 지역은 지대가 낮은 곳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6.25 이후 청계천에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던 판자촌이 그랬으며

근세에는 서민들이 주거하는 주택이 비교적 싼 임대료의 다세대형 주택 지하나

반지하 방일 수 밖에 없으니 물난리를 제일 먼저 겪을 수 밖에 없다.


큰 비가 내리면 중랑천이나 안양천 같은 큰 개천 하류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주기적으로 피해를 입는데 대부분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러한 일로 집주인은 동사무소나 구청과, 세입자는 집주인과 수해에 얽힌

보상의 문제로 다툰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온다.

 

세계적으로 부자들은 높은 곳에 집을 마련했다.

중세 서양의 경우 영주는 항상 언덕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그의 성을 건축하여 그곳에서 생활했다.

대표적인 현대 미국의 잘 사는 동네는 비버리힐스이며 유럽의 부호들이 사는 곳도

대부분 언덕 위이다. 비가 아무리 내려도 언덕 위는 물난리를 당하지 않는다.

 

본디 하늘에서 내려왔으나 낮은 곳을 향해 흘러야 하는 물이나,
가진 것 없이 태어나 어려운 경제사정에 따라 더 낮은 곳으로 가는 우리네 서민들...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과,
더 낮은 반 지하 방으로 흘러드는 사람들...

 

그 두 경우가 맞닥뜨려 벌어지는 불행, 물난리는
없는 자 더욱 헐벗게 만드는, 분명 이 시대의 비극이다.
얼마나 더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할끼? 

낮은 곳에 이제 그만 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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