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치킨속에 담긴 情...

green green 2010. 10. 18. 16:54

아이들이 아직 어렸던 십 년도 훨씬 넘었던 어느 초여름의 오후 시간,

퇴근 후 한잔 하자는 친구의 전화가 왔다.

술 생각은 별로 없었지만 계절마다 만나는 그 친구와의 제의를 수락,

남부터미널 근처 선배가 운영하는 단골 치킨점에서 나 포함하여 세 친구가 만났다.

 

그 전 해의 12월 송년회 즈음 해서 만난 후 봄에는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뭉치지 못했으니 그날 저녁 모여 앉은 터였다.

이런 저런 세상 사는 애기와 친구들의 안부, 사업 이야기, 가정사 등
남자들도 만나면 얘기거리는 많다. 

 

 

두 시간여 그곳에서 바베큐 치킨에 생백주를 마시며 담소후 일어설 때,

만나기를 청했던 친구가 바베큐 치킨을 따로 싸들고 헤어지는 우리에게 건넸다. 
그 친구 포함, 우리 셋은 치킨점 쇼핑백을 하나씩 들고 사장인 선배에게 인사하고

그집을 나왔는데 살펴보니 애들이 셋 있는 다른 친구에겐 두마리의 치킨을 준비했다.

선배의 치킨점에서 만남이 있을 때 마다 그곳 치킨을 챙겨주는 친구의 정이

따스하게 느껴졌는데 그 치킨집이 재 건축으로 문을 닫을 때까지 그 일은 계속 되었다.

선배 매상도 올려 주고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젊었을땐 그런 일이 있어도 그러려니 했던 옛날과 달리 그 친구의 배려에 가슴이 찡했다.

 

때마다 웬 것을 자꾸 챙기냐는 나의 괜한 핀잔에 그 친구는 씨익 웃으며 대답한다.
"집에 갖다 주면 애들이 좋아하쟎니?

한창 먹을 때이니... 그냥 정성이니 암말 말아."
종이 쇼핑백 속에 담긴 따스한 치킨은 친구의 선물이 아니라 정이었다.

 

친구의 정성을 마다하지 못하고 받았지만 일년에 몇 번 계절마다의 모임 때
손에 쥐어주는 쇼핑백의 치킨은 아닌게 아니라 집의 아이들이 좋아했다.

나이 들어가는  탓인가?
밤 늦게 들어온 나의 손에 쥐어진 쇼핑백 속을 받아 치킨을 꺼내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며 '정'이란 무엇인가 새삼 생각해 보았다.


정?

사람 사는 맛 나게 하는

구수하면서도 청량감 나는 활력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