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출근길에서 지갑을 하나 주웠습니다.
아직 주위는 어슴프레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인도에 근접한 차도 가장자리에 떨어진 지갑이 본능적으로 내 눈에 확 들어왔던 것입니다. 나의 진행방향 앞쪽에서 새벽일 나가는 건장한 체구의 젊은이들이 지나치며 지갑 줍는 모습을 목격했으나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흠~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군, 나도 남의 지갑을 주울 수 있다니... 하긴 잃어버린 일은 있어도 지갑 줍는 일이 흔한일인가? 주운 지갑을 살피며 정거장을 향해 걷기를 계속했습니다. 검은 양피 반지갑, 내용물(?)이 별로 들어있는 것 같지 않은 얇은 지갑 속에는 약간의 현금과 대만에서 발행한 100원 짜리 지폐와 면허증, 현금카드, 캐쉬백카드, 교통카드, 그리고 학생증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때,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저씨, 아까 지갑 줍지 않았어요?" 뒤 돌아 보니 아까 내 곁을 스쳐 지나쳤던 새벽일 나가는듯한 그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예 주웠죠, 근데 왜 그러십니까?" 이렇게 내가 되묻자 30대 후반정도 되어보이는 이 젊은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어젯밤, 바로 이 근처에서 우리 친구 하나가 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래요, 어디 지갑 좀 봅시다."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 흠~ 둘러 대기는...그렇게 얘기 안해도 안다, 알아! 역시 냄새나는 곳에 똥파리들이 몰리는군, 하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당신 지갑도 아닌데 당신이 이 이 지갑을 볼 필요가 뭬 있소? 차라리 그 친구의 주소와 이름을 대 보시오, 맞으면 내가 돌려드리리다."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니 상대방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세를 몰아 한 마디 더 해 주었습니다. "나 역시 이 지갑의 주인은 아니니 주인 찾아 줄 생각이오, 그러니 딴마음 품지 말고 그냥 물러가시오." 마침 앞에 보이는 버스정류장으로 내가 탈 버스가 오길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버스를 집어탔습니다. 흑심이 있어보이는 그 젊은이는 나의 단호한 어투에 한 마디 말 못하고 떠나는 내가 탄 버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신분증을 살펴보니 송파구에 사는 OO대학교 1학년 남학생이었습니다. 이 지갑을 분실물센터나 파출소에 가져가면 주인 찾아 주는데 걸리는 시간이 한달여 이상 걸리는 것을 잘 알기에 오늘 이 학생에게 직접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주인에게 돌아갈 때 쯤이면 지갑 안의 돈은 없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사람의 낭패감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일찌감치 찾아주고 싶은데 내가 알고 있는 면허증의 주소나 학생증의 학번 가지고 이 학생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길에서 주웠던 지갑은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아침 8시가 되기를 기다려 학교에 직접 전화, 학교의 도움으로 한 시간여 만인 9시경 장본인과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마침 토요일 낮에는 어느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예정이라 하여 일단 퇴근 후 주유소로 직접 찾아 가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주유소가 마침 집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으니 잘 된일. 학업을 위해 충남에 있는 모 대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 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 주유소에 들러 지갑을 전하니 고마와하는 학생의 표정이 흐뭇했습니다. green이 올립니다. |
출처 : 주인잃은 두툼한 지갑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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