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L은 옛날부터 그 장르의 낚시라면 일가견이 있다.
어떤 낚시냐고?
다른 친구들이 칭하길 '여복많은 이 친구'는 여자 낚시에 능통하다.
물 좋은 저수지엔 물반 고기반이듯
세상의 반은 여자, 그래서 이 친구의 주위에는 여자가 끊이지 않는다.
PC의 보급으로 전국은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채팅, 이성간의 교제도 가능해졌다.
어느날 나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전해 준 이야기 한토막은 나로 하여금
정말 이 친구, L이 그 방면에는 일가견 있다고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친구 L에 의하면 채팅녀는 뻔하단다.
온라인상 채팅 때의 연상되는 아름다운 모습과 오프라인 미팅때 기대하며 역속장소에 나가
직접 만나 보는 그녀의 모습은 결코 맞아 떨어지지 않는단다.
그래서 웬만하면 한 번 정도 직접 만난 후 더 이상 발전시키지 않는 것이 그 방면의
추세이며 불문율이란다.
채팅으로 시작한 그녀 S와는 서로의 호감도가 좋아 전화번호는 이미 교환한 채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서너번 이루어졌단다.
그러던 어느날 신촌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그녀에게 전화가 왔는데
마침 업무상 신촌에 올 일이 있어 전화했다는 상투적인 핑계(?)를 대더란다.
그런데 신촌에 그녀가 아는 만남의 장소는 00호텔 커피숍밖에 없었단다.
초면에 호텔 커피숍이라... 그러나 까짓것이 대수랴? L은 약속장소로 나갔단다.
L의 경험상 채팅녀를 오프라인에서 만나려면 외모는 신경쓰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면서 나간 약속장소엔 S라고 느껴지는 여자가 보이지 않았단다.
손님이라고 몇 안되는 커피숍에 창문 쪽의 예쁜 40대 초반의 여자와
가운데 좌석의 두 여자가 있지만 4예쁜 0대초반녀는 분명 아닐테고
그럼, 가운데 좌석녀들 중의 하나란 말인가?
아까 분명히 '혼자'임을 힘주어 강조했으니 이 또한 아닐테고...
하는 수 없이 핸드폰을 들어 그녀에게 전화를 했는데 이런 횡재(?)가 있나?
설마하던 창문 쪽의 예쁜녀가 전화를 받더런다.
자리에 다가가 인사하고 자리에 앉아 찬찬히 얼굴들어 훑어 보니 지적인 외모에
교양있는 언행과 모습, 이렇게 서로 얼굴 확인한 그들은 그날 그럭저럭
유쾌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단다.
예측한대로 며칠 후 다시 전화가 왔고 그 두번 째 만남을 가진 후
바래다 주겠다는 핑계로 드라이브를 했는데 불쑥 바람 좀 쏘이자는 제의를 하더란다.
드디여 올 것이 왔구나, 내심 쾌재를 부른 이 친구는 그럴수록 초짜인척 주의하며
차를 조심히 여의도 한강 둔치로 돌렸다나?
한강둔치에서 그녀의 뽀뽀하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L은 하고 싶다고 했단다.
계속 초짜인척 행세하는 L에게 그녀 S의 고백이 이어졌단다.
지방에서 근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 만나는 남편도 있지만 따로 만나는
남자들이 많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했단다.
이 방면에 일가견 있는 L도 S의 화려한 관록 앞엔 두 손 들겠더란다.
그들은 이렇게 해서 그날 밤을 넘기지 못했고 그날 이후로 계속 만났단다.
뉴질랜드에 아내와 아들을 유학 보내고 일년 여 이 땅에 혼자 남은
기러기 아빠인 L에겐 활력이었다고.
일주일에 한번 이상 만났고 가족 없는 기러기 아빠 L의 집으로
아침마다 서비스해 주는 모닝콜 전화가 그리도 반가왔단다.
그 후 아침, 낮, 밤... 하루에 3번 이상 전화통하는 관계가 계속 되었고
어디에 가든 L의 위치를 확인하는 전화가 계속 걸려 왔단다.
야밤엔 긴 전화통화로 인해 그를 잠못들게 만들었고...
지금은 비록 기러기 신세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족이 합쳐질터,
이러다가 뭔가 잘못되면 가정이 깨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계속 괴롭혔단다.
이렇게 밤낮 안 가리는 너무도 분방한 그녀 S의 사생활이
심적으로 괴로운 그를 더욱 불안케 했다는데...
갈수록 태산, 해 달라는 것도 많고 일거수일투족
전화로 확인하는 그녀의 집요함이 결국 친구 L로 하여금 두손 들게 했단다.
이대로 가면 뭔 일 날듯 싶어 어느날 반 두려운 마음으로 그녀에게 절교를 선언했단다.
반발할 것이 걱정되어 좀 강경하게 얘기했는데 의외로 얘기를 잘 들어 주었단다.
그후 신통하게도 작년 가을 이후 지금까지 전화 한번 오지 않는단다.
친구 L은 한숨 놓았지만 때론 그녀 S가 생각 난다고...
놓아준 고기나 놓친 고기가 큰 법, 그날 이후 깨끗히 물러 난 그녀가 때로는 그립단다.
그렇다고 이 친구 L도 절대 다시 전화는 하지 않았단다.
5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4년 전 뉴질랜드에서 학업을 1년만에 마친 아들과 아내의 귀국으로
기러기아빠를 면한 친구 L은 이제는 거울 앞에 선 내 누이같은 심정으로
현재 성실한 가장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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