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나의 건망증, 그리고 기억상실증...

green green 2010. 7. 23. 22:17

몇일 전 약속이 있어 약속장소에 나갔다가 집에 늦게 돌아왔다.
이튿날 출근하는 길, 문득 쟈켓을 걸치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에코야! 내 쟈켓... 어젯 밤 집에서 안입고 나왔군!"
출근 후 집에 전화를 했다.
"여보 내 쟈켓 집에 벗어 놓았나 한번 찾아 봐쥬~!"

잠시 후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아내의 음성...
"찾아도 안 보이네, 어제 안입고 들어온 것 아녜요?"

일단 "그럴리가 없다" 며 "내가 건망증환자냐?"고

오리발 먼저 내민 후

어제 그 약속장소에 벗어놓고 나왔다는 얘긴데 그 집이 어디더라...?

 

처음 가 본 장소여서 어느 집인지 찾기도 힘든데...
할 수 없이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아녜요, 형님! 어제 자켓 안입고 오셨어요, 티셔츠 차림이던데 분명히..."
이상한 일이었다.

 

후배와 통화하는 바로 그 순간,

사무실 저 편 옷걸이에 걸린 자켓이 한 눈에 들어 왔다.
그랬다. 

그날 더위 탓에 자켓은 입지 않고 퇴근, 약속 장소에 갔던 것.

옛날 대학시절 심리학 시간에 기억상실증에 대하여 배웠다.
기억상실증에는

단기기억상실증과 장기기억상실증이 있단다.
그런데 '망각'은 일종의 장기기억상실이며

'건망증'은 단기기억상실이란다.

 

그때 강의 중인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
"어젯 밤 술 마실 때 취한 후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면

무슨 기억상실입니까?"

교수님은 한 마디로 대답을 압축했다.
"그것도 단기기억상실의 일종!"

 

또 다시 질문했다.
"그럼 그 잊어버린 기억을 되살릴 방법은 없습니까?"
교수님 대답의 요지는 간단했다.
어제 술 마셨다면

그 장소 그 시각에 그 때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보라는 것.

 

음악이 흘렀다면 꼭 같은 음악을 틀어놓고,

술과 안주도 어제와 같은 것으로.
술 마신 후 끊어진 필름을 재생하여 기억을 재현하는 법,

결국 최면 요법이네,

 

아니면...

"술로서 생긴 문제는 술로서 풀어라!" 인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