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택시요금 인상에 따른 택시회사의 서비스 유감...

green green 2009. 1. 19. 14:25

몇년 전 사무실의 컴퓨터가 말썽을 부려 AS센터 직접 수송, 수리를 의뢰한 적이 있었다.
수리가 잘 끝났다는 전화를 받고 이튿날 오전 대리점엘 나가 컴퓨터를 받아들고 교통비를 아껴보겠다고

5호선 충무역에서 전철을 타고 사무실 근처 압구정역에서 내렸다.
압구정역에서 버스를 한번 갈아타야 했으나 나이 탓인가? 양팔이 아파 대중교통 이용을 포기,

택시를 타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어차피 기본요금 더 나가면 되니까...

바로 나의 근처 뒷 방향에 빈 택시(개인택시)가 많이 있으나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내 앞으론 오지 않았다.
그래도 거기까지 컴퓨터를 들고 가기 뭣해서 그냥 한참을 기다렸으나 그 택시들은 본체만체 오지 않고 지나가던

빈 택시 한 대가 내 자리에 멈춰섰다.
반가움에 빨리 타려고 컴퓨터를 가슴에 안은 채 두 손으로 뒷문을 열려니 잘 열리지 않았다. 
"아저씨 문좀 열어 주세요."
30대 중반의 운전사는 이렇게  문 열어달라고 요청을 하자 그제서야 앉은 채로 팔을 뻗어 뒷문의 도어록을 이용,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나 문이 활짝 열리지 않자 컴퓨터를 든 채로 오른 손을 이용, 택시 손잡이를 잡고 간신히 열 수 있었다.
아뿔싸! 그 과정에서 컴의 모서리가 택시에 닿아 약간의 흠집이 생기고 말았다. 페인트가 긇힌 정도의 흠집...
이 때 운전기사가 부리나케 문을 박차고 나오더니 흠집을 유심히 살펴 보고 하는말...

운전사: 손님, 이 것 변상하셔야 겠습니다.
green: 예? 변상이요? ...!
운전기사: 네! 변상이요, 이 차 뺀지 얼마 안되는 차입니다.
green: 변상이라면... 근데 얼마나 변상하면 될까요?
운전기사: 그건 모르죠, 알아보기 전에는...
green: 그런데... 솔직히 제가 변상은 못하겠습니다.
운전사: 네? 변상을 못하겠다구요?
green: 네, 못합니다. 손님이 무거운 짐 들고 있으면 아저씨는 빨리 나와 뒷문을 열어 주거나 트렁크 문이라도

           열어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문제는 아저씨가 할 일 하지 않아 생긴 문제이니 변상할 수 없습니다.
운전사: 아니... 여기가 영국인줄 아십니까? 제게 그런  서비스를 요구하게... 
green: 그 일은 영국 아니라 중국이라도 택시기사가 응당 해야 할 일 아닙니까?
운전사: 정말, 이손님이... 영국에서 오셨나? 파출소로 갑시다. 손님이 변상 못 하시겠다고 하니...
green: 갑시다, 못 갈것도 없죠.

이렇게 하여 택시기사와 함께 과거 '솔로몬의 지혜로운 판결'을 기대하며 근처의 압구정파출소엘 갔다.
웬일로 오셨느냐는 근무중인 경찰에게 먼저 택시기사가 설명을 하였다.
택시기사의 설명을 들은 경찰은 내 설명은 듣지도 않은 채 택시의 흠집을 확인하더니

"큰 흠집이 난 줄 알았는데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러시냐"며 손님께 사과하고 그냥 보내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경찰에게 안된다고 하면서 신고를 받아 달라고 떼를 썼다.
옆에서 보던 다른 경찰들도 제각각 흠집을 확인 하더니 10,000원 짜리를 자기의 지갑에서 꺼내 주며

이것으로 페인트칠 하라며 택시기사를 달랬다.

중과부적임을 느낀 택시기사는 안되겠다며 자기의 택시회사로 가자고 했으며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택시기사는 웬만한 손님들은 그냥 돈 몇만원 주며 해결할텐데 손님같은 손님은 처음 본다며 씩씩댔다.
'그래, 차라리 잘 되었다. 오히려 택시회사에 가서 운전사의 대 손님 예의에 대한 잘못된 부분을 따질 수 있겠군.'
파출소를 나온 우리의 택시는 어느새 88대로를 달렸고 천호동에 있는 그 택시회사에 도착,

식사하러 간 정비부장을 30여분 기다렸다.
.곧 정비부장이 달려와서 흠집을 관찰하더니 이건 수리비가 들지 않으니 괜챦단다.
그런데도 택시기사는 이 것 때문에 한 시간을 허비했으니 한 시간동안 영업 못한 비용을 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세상에 기가 막혀서...
사태는 이렇게 이상한 방향으로 으르자 조용히 참고 있던 내가 한 마디 했다..
"사장님, 아니면 상무님을 만나겠다"고 큰 소리로 떠들자 곧 그 회사의 상무라고 하는 사람이 나왔다.
나에게 연유를 듣더니 택시기사에게 "이건 네가 잘못한 일"이라고 지적하였다.
"바쁘신 손님을 여기까지 모시고 온 것은 더더욱 잘못한 일"이라고 택시기사에게 훈계까지 하였다.
상무는 나에게 대신 사과하겠다면서 정중히 사과하며 택시기사에게

"아뭇소리 말고 손님의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라"고 몋하며 택시요금은 받지 말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천호동에서 다시 나의 사무실로 오는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는 많은 하소연을 했다.
택시운전경력이 7개월 밖에 안된다는 그 기사는 전에 제조업을 경영했는데 회사가 어려워 문닫고

택시운전 하며 많은 손님 상대하다 보니 배울 점도 많지만 성격이 좀 날카로와지거라는 얘기를 비롯하여

오늘 잘못된 일에 대한 사과를 그때서야 비로소 들을 수 있었다.
정식으로 사과하니 냉랭하게 얼어붙었던 나의 마음도 누그러지며 사회생활의 선배로서 좋은 이야기도 해 주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택시에서 내리면서 운전사사에게 30,000원을 주며 "오늘 고생하셨다"며 격려했다.
택시기사는 무척 감격한 듯 사무실이 어디냐며 컴퓨터를 자기가 들어다 주겠다고...
하지만 극구 사양하며 앞으로 손님과의 승갱이에 관하여 좀 분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 주었다.

아까운 시간을 엉뚱한 곳에서 흘려버린 느낌도 들지만, 시간이 좀 들긴 했어도 처음 생각대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택시기사에게 준 돈 30,000원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것이 바로 택시기사에게 교육적인
도움이 되었다면

아까울 것도 없었다.
작년 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세훈 서울 시장은 공공요금인 버스요금 2~3년 간 동결,

공공요금 아닌 택시요금은 17~19%대 인상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요즘같은 극심한 불황에 모든 물가가 오르기만 하고 벌이 수단은 자꾸만 줄어 드니... 

지난 2005년 6월 인상된 택시요금이 올 봄 쯤에는 인상될 전망이다.

택시요금 인상 때마다 부르짖는 택시업자들의 서비스 향상이라는 상투적인 구호는 언제나 없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