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배추벌레와의 전쟁에서 얻은 교훈...

green green 2009. 3. 3. 08:24

이른 아침부터 봄비가 내린다. 지난 겨울을 정리할 때이다.

세탁소로 보낼 건 보내고, 집의 세탁기에 넣을 건 넣고...

이제 슬슬 두꺼운 겨울 옷들을 정리할 때이다.

베란다의 화분에 올해는 무얼 심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작년에 고추를 심었으니 올해는 방울토마토를 심을까?

 

그러고 보니 방울토마토를 심었던 수년 전 일이 생각난다.

그 해 봄, 여름동안 잘 영글었던 토마토열매를 잘 따 먹고

8월 경 넝쿨을 뿌리채 뽑아 버리고 새로 개토한 기름진 흙에 배추를 모종한 적이 있다.

3주 정도 지나니 잘 자라던 어린 배추 6포기에 시련이 다가 왔다.


배추흰나비가 어디서 날아들어 알을 깠나?

각 포기마다 두 마리 이상의 애벌레가 이제 막 돋은 지 얼마되지 않는 잎을 갉아 먹고 있었다.

배추벌레의 끈질긴 생명연장의 본능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눈에 띄는 대로 잡아냈지만

한 이틀 만에 또 생기더니 잡아내면 또 생겼다.

우리와 같이 동네 배추 심은 가정의 작황도 벌레의 기승이 계속되기는 매한가지였다. 
우리보다 모종한 지 오래된 집의 배추들도 성한 잎 하나 없이 모조리 먹혔다.

 

열댓포기 기르던 앞집은 벌레의 성화가 하도 심하니까 배추포기들을 모두 뽑아버렸다.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면 우선 배추밭(?) 돌보는 것이 첫번 째 할 일이었다.

배추잎 하나하나 앞뒤로 뒤져 관찰하며 그새 생긴 배추벌레와

너무 작아 육안으로 가리기 어려운 알까지 하나하나 잡아내다보니 무농약 채소가 왜 비싼지

그 이유를 알만 했다.

신기하게도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는 날에는 배추잎에 알이 보이지 않았고

더 이상 새로 갉아먹은 배추잎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 그렇구나, 알만한 유명한 배추산지가 강원도의 고냉지였구나.
쌀쌀한 날씨에 배추흰나비도 별 수 있으려구?

일주일 정도 선선한 바람에 벌레가 없어 무성하게 자란 배춧잎을 보니

지난 2~3주동안에도 하루에도 몇번씩 눈에 띄는대로 잡아 내야했던 배추벌레와의 전쟁이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경험자의 '농약을 필히 한번 이상은 쳐야 한다'는 조언에 한번 그대로 해볼까 하는
유혹도 뒤따랐지만 참아 보기를 정말 잘 했다는 우쭐한 생각도 들었다.

참고 기다리되, 가만히 있지 않고 노력하는대로 이루어지니 얼마나 감사한가?  
세상 일을 그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되라고 그대로 놔두면 되는 것이 업는 시대이다.
6포기의 아주 작은 배추농사에도 인내와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의 많은 큰 일들은 얼마나 더 큰 인내와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