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다시 만나 보는 仙魚, 도루묵 이야기...

green green 2009. 3. 10. 14:55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겨먹었던 생선, 도루묵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도루묵은 크기가 20~25센티미터 쯤 되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가운 바다에 분포하는 물고기.

평소에 깊이 140미터 이상이나 되는 깊은 바다의 뻘 속에서 살다가 산란기에 수심 1미터의

얕은 해안 가까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옛날에 도루묵은 흔한 생선이었다.

 

강원도 묵호항의 특산물이었던 도루묵, 한 30~40여년 전만 해도 많이 잡혀

우리나라 서민들이 즐겨 먹던 대표적인 생선.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때문인지

이제는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50대의 나이라면 그 추웠던 겨울, 무우를 간장 등 양념과 함께 넣고 졸여,

오돌오돌 씹히는 알과 함께 너무 연해 부서지는 살덩이들을 맛있게 먹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당시 아버지께 들었던 도루묵에 얽힌 이야기 한토막...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파죽지세로 밀려드는 왜군의 기세에 선조는 백성들의 걱정과 원망을 뒤로 한채

신하들과 함께 의주로 피난을 하게 된다.

여러날 걸쳐 무사히 의주에 도착하신 선조는 몹시 시장했으나 궁중에서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던 전쟁통에

선조의 한끼한끼를 대는 것도 힘들었다.

 

그때 어디선가 한바구니의 생선을 얻어올 수 있어 진상하였는데

목어(木漁), 혹은 묵어라고 불리우고 있는 생선, 그러나 궁중에 진상될 만한 고급어종은 아니었다.

비늘도 없고 비린내도 별로 나지 않는 그 생선을 선조는 맛있게 드셨고 그 맛이 좋아

'가히 仙魚(신선들이 먹는 생선)라고 불릴만 하다'고 칭찬하셨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선조는

그 어려웠던 전쟁통에 의주에서 드셨던 맛있는 생선, 묵어가 생각나 대령하도록 분부하셨다.

그러나 이게 웬일? 그렇게 맛있게 드셨던 소위 仙魚인 그 생선의 맛이 형편 없었다.

선조는 식사를 담당하던 상궁에게 물었다.

 

선조:"이 것이 그때의 그 仙魚이뇨?

상궁:"네~ 그렇사옵니다."

선조:"별일이로고? 그럴리가..."

상궁:"맞사옵니다, 전하"

선조:"에잉~ 그런데 무슨 仙魚가 왜 이리도 맛이 없는고? 도루 묵이라 해라."

 

이렇게 하여 본디 이름이 목어, 혹은 묵어라는 이름의 그 생선은 이때부터 도루묵이라 불리웠다고.

어렸을 적 그렇게 우리의 식탁에 자주 오르내렸던 도루묵도 요즘은 귀해졌다.

따라서  가격도 옛날에 비하면 몹시 비싸진 이 생선을  이제는 다시 선어(仙魚)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선조께서 아시면 이렇게 역정을 내실지도 모르겠다.

 

"아니 네가 감히 짐이 정한 그 생선의 이름을 바꿨단 말이냐? 고얀지고..."

"여봐라 저놈을 잡아다가 당장 주리를 틀라!!!"

 

에구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