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30년 전, 봉두완 앵커가 바라 본 오늘의 세계...

green green 2010. 6. 26. 13:56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암살 후의 우리나라 정세는 급박했다.
지식인과 젊은 층 중심으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은 전국적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타 오르기 일보직전, 이른바 '서울의 봄'은
1968년의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의 봄'에서 유래했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에는 박정희 대통령 사후 유신 체제가 끝나고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수많은 민주화 운동이 있었다.
그 중의 하나, 그해 5월에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짓밟은
전두환 쿠테타 군부 세력은 그들의 정치일정을 착착 진행시켰다. 

 

이 상황을 모 TV 방송국 뉴스 진행자 봉두완씨는 이렇게 전했다.

 

"ㅇㅇㅇ 뉴스전망대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계,
캄캄합니다, 밤이니까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앵커 1호 봉두완 아나운서,
뉴스를 마치고 내뱉은 그의 뼈있는 이 한마디에 우리는 후련했다.
그의 한마디,

이 죠크를 듣기 위해 뉴스 시간이 기다려졌다.

 

당시의 암울했던 사회를 이렇게 정면으로 암시하며 비판했던 봉두완씨가

1981년 봄, 신군부세력 중심으로 급박하게 창당된 민정당에 입당,

11대와 12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것은 아이러니했다.
변절인가! 권력에 비폭력으로 항거하던 그가 권력의 편에 섰으니...

 

그가 여당의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사회는 밝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민정당의 제5공화국은 국민의 항거를 정면으로 받고 있었다.
끓어 오르는 대학생들의 젊은 혈기와 잠재된 국민의 힘은 태산이라도
옮길만한 기세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쫒기는 여당과 제5공화국 정부는 대 국민 유화책이 필요했다.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세대의 기세를 잠재우기 위해 '국풍81'이라는
해괴한 국민적 축제를 만들어 현혹시키는 등 선심정책을 쓰기에 바빴다.
이 행사는 한국신문협회가 주최하고 한국방송공사가 주관하였다.

 

그런가 하면 1946년부터 37년간 계속된 야간통행금지가 폐지되었고
교복과 두발 자유화, 폭력배 교화위한 삼청교육대 운영 등도 같은 맥락이었다.
88올림픽 유치한 것도 이때의 일이었으며 1984년 개통될 지하철2호선의
역 이름을 '00대학교 입구' 등 근처 대학교의  명칭을 사용했다..

 

신군부 등장에 반발, 항거하는 대학생들의 마음을 돌려 보고자 했던
제5공화국의 노력이 눈물겨웠지만 결국 6월항쟁을 맞는다.
6월 항쟁을 거쳐 노태우 정권을 마지막으로 군사정부는 끝났고
문민정부 김영삼, 국민의 정부 김대중, 참여정부 노무현, 이명박의
역대 정권이 들어섰고 지금에 이르렀다.

 

정세급변했던 소용돌이에서 지난 40년 살아 온 이 땅의 국민들,
지금 너무 많은 걸 잊고 사는 것은 아닐지...

앞서 소개한 봉두완 앵커의 멘트,

 

"ㅇㅇㅇ 뉴스전망대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계,
캄캄합니다... 밤이니까요."가 끝난지 30여년...

 

과연 그 캄캄함이 걷히기는 걷혔으며
걷혔다면 얼마나 밝아진걸까?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그에게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