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낮 낚시는 잘 해야 본전이다.
입질도 없지만 더위에 땀이 너무 흘러 쉬이 피로가 오고 그 여파로 정작 밤낚시 때는 졸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뚝 끊긴 붕어입질 대신 피라미의 등쌀에 미끼 갈아 주기가 겁난다, 아니 미끼가 아깝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미끼는 계속 갈아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찌가 곤두서기도 전에 하이에나 처럼 달려드는
피라미 떼들을 당할 재간이 없어 미끼를 좀 딱딱하게 개어 크게 달아 던져 넣는 수 밖에...
그래서인지 살림망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놈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드디어 해가 기울면서 8자섬에서 바라본 그 넓은 고삼지의 잔잔한 수면이 황금빛으로 바뀐다.
낮의 더위를 피해 텐트 뒤켠에 앉아있던 그녀가 다시 내 옆으로 와 앉은 것은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의
산그림자가 길어져 내 자리도 그늘의 혜택을 받을 때였다.
"저녁식사 해야죠? 배 고픈데..." 하고 내가 물었다.
"네, 내가 쌀 씻고 밥 할테니 신경쓰지 마셔요...
그런데 쌀이 어디 있더라?"
잠시 자리를 떠나 낚시가방에서 코펠을 꺼내 쌀 봉지를 찾고 있는 그녀에게 건네고 버너에 불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는 이내 자리로 돌아왔다.
왜 낙시터에서는 앉은 자리를 뜨기 싫어지는 걸까?
입질도 없는데 말이다.
땅거미가 질 무렵 식사를 끝내고 그녀와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야간 낚시태세에 돌입했다.
수면 위를 밝히는 듯 영롱한 형광빛의 캐미를 보며 그녀가 신기해 했다.
"어머! 마치 물 위에 별이 뜬 것 같아요."
이런~ 물 위에 별이 뜬 것 같단다...
이럴 땐 어떻게 답해야 하나?
"네? 별이요? 허허! 그렇군요, 물 위에 별이라... 참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낚시터에 남녀가 같이 있으면 입질이 없어도 지루하지 않은건가?
그럴 수 밖에, 그 입질 우리가 하면 되는 것을...ㅎㅎㅎ
수면 위의 별을 바라보며 소근대던 우리는 긴 입질을 했다.
어느 붕어라도 그렇게 긴 입질은 못하리.
입질을 하면서도 나의 눈은 캐미라이트에서 떠나질 못했고...
우리의 긴 입질이 끝나기 무섭게 낚시대에 진짜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3칸대...이건 피라미의 깔짝거리는 입질이 아니었다.
주욱 올리는 시원한 찌올림이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낮 시간에 올렸던 서너수의 찌 올림보다 훨씬 높은 찌올림은 초저녁의 더위도 시원하게 날릴 만 했다.
"와~ 참 크네요, 제일 큰 것 같아요."
수상스키라도 탄 듯 수면 위로 이끌려 나온 붕어는 약 20~23센티는 되어 보였다.
뭍으로 올리기도 전에 그녀가 환호를 올리며 좋아했던 녀석의코에서 바늘을 빼고 보니 역시
오늘의 최대어였다.
그렇게 이삼십분 간격으로 한 마리씩 올라오던 붕어는 밤 10시 쯤 되니 간간히 이어지는 입질로 바뀌었다.
그러기를 한 시간... 이제 입질마저 뚝 끊겼다.
다시 조용해진 수면위의 찌를 바라보던 그녀는
졸리운지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ㅇㅇ씨 졸리우면 이제 그만 들어가 자요, 난 더 하다 들어갈께요."하고 내가 텐트로 들어가라고 하며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좁은 3~4인용텐트에 두 남녀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으려니 정말 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텐트밖으로 다시 나가 물통에 담긴 식수에 손을 씻고... 에라 모르겠다.
헌데... 가슴은 왜 이리 방망이질을 한다냐?
".........................?"
".........................!"
이 때였다.
하필이면 그 소중한 시간에...
텐트 밖 물 위의 찌를 응시하며 입질을 감시하던 내 눈에 2칸 반대의 찌가 쭈욱 솟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 순간을 놓치랴?
나는 "왔다!!!"하며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텐트밖으로 튕겨 나갔다.
이번의 붕어는 끌려나오며 힘깨나 쓰는 것이 역시~ 아까 초저녁의 것보다 더 컸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것이 아니었다.
붕어를 살림망에 넣은 후 미끼를 갈아 주고 온 나에게 그녀는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나를 보지 않으려 애써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겨우 달래어 나의 얼굴을 마주보게 했을 때...
분명히 나는 보았다, 그녀의 눈에 글썽이는 눈물을...
사태를 짐작한 나는 조금 전의 과오를 후회하며 손이 발바닥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다.
그녀는 자존심이 몹시 상했던 것이었다.
'저 사람은 무엇 하는 사람인가? 지금 이 시간 그냥 돌아갈 수 있다면...'
그녀로부터 먼 훗날 들은 얘기이지만 그녀는 이런 생각을 했었단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긴~ 시간을 빌고 사과했던 것 같다.
나도 한심한 놈이지 기껏 사랑하는 사람, 낚시터에 데려다 놓고 혼자 낚시에만 미쳐 있으니...
혹시 주위에 그 당시의 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총각조사가 있다면 당장 마음부터 바꾸시길.
낚시터에서 어쩌다 받을 수 있는 결정적인 큰 붕어의 입질은 나중에 다시 올 수 있으나 현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입질은 다시는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 항상 깨어 있으라!
어쨌던 그 날 밤의 어리석었던 해프닝은 올해로써 결혼 15주년을 맞는 나에게 아직도 씻을 수 없는
큰 부담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고삼지의 8자섬에서 첫 밤을 보내면서 대어의 입질은 꼭 같은 시간 대에만 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당시의 고삼지는 하루에 두 번- 저녁 해질 무렵부터 어두워서 1시간, 새벽 어두울 때부터 해 뜰 무렵 1시간...
매일 그 시간은 정확했다.
한창 몰려올 때는 세대씩 펴 놓은 낚싯대의 찌가 모두 들락날락하며 대를 끌기도 하는 등 도저히 혼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나중에는 두 대는 포기하고 2칸 반대 하나만 가지고 낚시를 해도 숨 돌릴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조과는 엄청났다.
최대어 45센티미터의 붕어(비록 떡이었지만...),
그리고 월에서 40여 센티 20여 마리,
준척급 30여 마리,
그 이하의 붕어는 붕어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큰 조과를 본 출조는 그 때 이후 아직 없었다.
나의 낚시는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만 그 때와 견줄만 한 조과가 언제나 또 있을는지...
입질도 없지만 더위에 땀이 너무 흘러 쉬이 피로가 오고 그 여파로 정작 밤낚시 때는 졸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뚝 끊긴 붕어입질 대신 피라미의 등쌀에 미끼 갈아 주기가 겁난다, 아니 미끼가 아깝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미끼는 계속 갈아줘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찌가 곤두서기도 전에 하이에나 처럼 달려드는
피라미 떼들을 당할 재간이 없어 미끼를 좀 딱딱하게 개어 크게 달아 던져 넣는 수 밖에...
그래서인지 살림망엔 아직 이렇다 할 만한 놈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드디어 해가 기울면서 8자섬에서 바라본 그 넓은 고삼지의 잔잔한 수면이 황금빛으로 바뀐다.
낮의 더위를 피해 텐트 뒤켠에 앉아있던 그녀가 다시 내 옆으로 와 앉은 것은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의
산그림자가 길어져 내 자리도 그늘의 혜택을 받을 때였다.
"저녁식사 해야죠? 배 고픈데..." 하고 내가 물었다.
"네, 내가 쌀 씻고 밥 할테니 신경쓰지 마셔요...
그런데 쌀이 어디 있더라?"
잠시 자리를 떠나 낚시가방에서 코펠을 꺼내 쌀 봉지를 찾고 있는 그녀에게 건네고 버너에 불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는 이내 자리로 돌아왔다.
왜 낙시터에서는 앉은 자리를 뜨기 싫어지는 걸까?
입질도 없는데 말이다.
땅거미가 질 무렵 식사를 끝내고 그녀와 뜨거운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야간 낚시태세에 돌입했다.
수면 위를 밝히는 듯 영롱한 형광빛의 캐미를 보며 그녀가 신기해 했다.
"어머! 마치 물 위에 별이 뜬 것 같아요."
이런~ 물 위에 별이 뜬 것 같단다...
이럴 땐 어떻게 답해야 하나?
"네? 별이요? 허허! 그렇군요, 물 위에 별이라... 참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낚시터에 남녀가 같이 있으면 입질이 없어도 지루하지 않은건가?
그럴 수 밖에, 그 입질 우리가 하면 되는 것을...ㅎㅎㅎ
수면 위의 별을 바라보며 소근대던 우리는 긴 입질을 했다.
어느 붕어라도 그렇게 긴 입질은 못하리.
입질을 하면서도 나의 눈은 캐미라이트에서 떠나질 못했고...
우리의 긴 입질이 끝나기 무섭게 낚시대에 진짜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3칸대...이건 피라미의 깔짝거리는 입질이 아니었다.
주욱 올리는 시원한 찌올림이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낮 시간에 올렸던 서너수의 찌 올림보다 훨씬 높은 찌올림은 초저녁의 더위도 시원하게 날릴 만 했다.
"와~ 참 크네요, 제일 큰 것 같아요."
수상스키라도 탄 듯 수면 위로 이끌려 나온 붕어는 약 20~23센티는 되어 보였다.
뭍으로 올리기도 전에 그녀가 환호를 올리며 좋아했던 녀석의코에서 바늘을 빼고 보니 역시
오늘의 최대어였다.
그렇게 이삼십분 간격으로 한 마리씩 올라오던 붕어는 밤 10시 쯤 되니 간간히 이어지는 입질로 바뀌었다.
그러기를 한 시간... 이제 입질마저 뚝 끊겼다.
다시 조용해진 수면위의 찌를 바라보던 그녀는
졸리운지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ㅇㅇ씨 졸리우면 이제 그만 들어가 자요, 난 더 하다 들어갈께요."하고 내가 텐트로 들어가라고 하며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좁은 3~4인용텐트에 두 남녀가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으려니 정말 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텐트밖으로 다시 나가 물통에 담긴 식수에 손을 씻고... 에라 모르겠다.
헌데... 가슴은 왜 이리 방망이질을 한다냐?
".........................?"
".........................!"
이 때였다.
하필이면 그 소중한 시간에...
텐트 밖 물 위의 찌를 응시하며 입질을 감시하던 내 눈에 2칸 반대의 찌가 쭈욱 솟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 순간을 놓치랴?
나는 "왔다!!!"하며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텐트밖으로 튕겨 나갔다.
이번의 붕어는 끌려나오며 힘깨나 쓰는 것이 역시~ 아까 초저녁의 것보다 더 컸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것이 아니었다.
붕어를 살림망에 넣은 후 미끼를 갈아 주고 온 나에게 그녀는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나를 보지 않으려 애써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겨우 달래어 나의 얼굴을 마주보게 했을 때...
분명히 나는 보았다, 그녀의 눈에 글썽이는 눈물을...
사태를 짐작한 나는 조금 전의 과오를 후회하며 손이 발바닥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다.
그녀는 자존심이 몹시 상했던 것이었다.
'저 사람은 무엇 하는 사람인가? 지금 이 시간 그냥 돌아갈 수 있다면...'
그녀로부터 먼 훗날 들은 얘기이지만 그녀는 이런 생각을 했었단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긴~ 시간을 빌고 사과했던 것 같다.
나도 한심한 놈이지 기껏 사랑하는 사람, 낚시터에 데려다 놓고 혼자 낚시에만 미쳐 있으니...
혹시 주위에 그 당시의 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총각조사가 있다면 당장 마음부터 바꾸시길.
낚시터에서 어쩌다 받을 수 있는 결정적인 큰 붕어의 입질은 나중에 다시 올 수 있으나 현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입질은 다시는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 항상 깨어 있으라!
어쨌던 그 날 밤의 어리석었던 해프닝은 올해로써 결혼 15주년을 맞는 나에게 아직도 씻을 수 없는
큰 부담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고삼지의 8자섬에서 첫 밤을 보내면서 대어의 입질은 꼭 같은 시간 대에만 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당시의 고삼지는 하루에 두 번- 저녁 해질 무렵부터 어두워서 1시간, 새벽 어두울 때부터 해 뜰 무렵 1시간...
매일 그 시간은 정확했다.
한창 몰려올 때는 세대씩 펴 놓은 낚싯대의 찌가 모두 들락날락하며 대를 끌기도 하는 등 도저히 혼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나중에는 두 대는 포기하고 2칸 반대 하나만 가지고 낚시를 해도 숨 돌릴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조과는 엄청났다.
최대어 45센티미터의 붕어(비록 떡이었지만...),
그리고 월에서 40여 센티 20여 마리,
준척급 30여 마리,
그 이하의 붕어는 붕어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큰 조과를 본 출조는 그 때 이후 아직 없었다.
나의 낚시는 앞으로도 계속 되겠지만 그 때와 견줄만 한 조과가 언제나 또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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